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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억류 美 대학생 혼수 상태로 풀려나… 복잡해진 북미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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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억류 美 대학생 혼수 상태로 풀려나… 복잡해진 북미관계

입력
2017.06.1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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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됐던 ‘뉴욕 채널’ 가동

로드먼 방북 시점 등 고려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 전망

웜비어, 억류 내내 의식 불명

‘가혹 행위가 원인’ 드러나면

美 되레 초강경 대응 나설 수도

지난해 3월 북한 법정에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을 당시의 오토 웜비어(가운데)씨. AP 연합
지난해 3월 북한 법정에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을 당시의 오토 웜비어(가운데)씨. AP 연합

북한이 17개월간 억류해온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를 13일 전격 석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전날 평양에 들어간 직후 이뤄진 조치다. 최근 1년간 단절됐던 ‘뉴욕채널’ 교섭에 따른 결과여서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웜비어가 의식불명 상태여서 억류 중 북한의 부당한 처우가 드러날 경우 오히려 북미관계의 심각한 경색도 우려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날 오전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오토 웜비어가 석방돼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 발표 직후,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석방 교섭을 위해 윤 특별대표가 직접 평양을 방문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웜비어 석방 교섭은 지난달 노르웨이 오슬로의 북미간 민간접촉을 통해 시작됐다. 미국 측이 소식이 두절된 웜비어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자, 북한이 지난 6일 뉴욕 채널을 통해 윤 대표에게 웜비어의 위중한 상태를 통보했다. 상황을 보고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윤 대표에게 평양행을 지시, 윤 대표와 북한 측의 협의 끝에 석방이 이뤄졌다.

풀려나기는 했지만 웜비어는 지난해 3월 ‘노동교화 15년형’을 선고 받은 직후부터 줄곧 혼수 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보틀리누스균 감염에 따른 식중독 때문에 처방 받은 수면제를 먹고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13일 밤 고향인 미 신시내티 공항에 도착한 웜비어는 삭발을 하고 생명유지장치를 부착한 채 의식이 없는 상태였고 활주로에서 곧바로 신시내티대학병원으로 후송됐다.

이번 석방이 북핵ㆍ미사일 대립으로 위기에 빠진 북미 관계에 당장 어떤 영향을 줄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억류했던 미국인이 풀려난 것 자체 만으로도 대화 재개 청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북미간 유일한 의사전달 통로이지만 지난해 7월 미국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제재대상 명단에 올린 이후 단절된 ‘뉴욕 채널’이 가동된 것도 긍정적 상황변화다.

미국대학생 오토 웜버그 씨를 혼수상태에 빠뜨린 북한 정권을 응징하라는 워싱턴포스트 온라인 기사.
미국대학생 오토 웜버그 씨를 혼수상태에 빠뜨린 북한 정권을 응징하라는 워싱턴포스트 온라인 기사.

그러나 워싱턴 관계자는 “향후 미 정부의 조사에서 가혹 행위로 위중한 상태에 빠진 게 드러난다면 여론이 들끓고, 트럼프 정부가 초강경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미 카터, 빌 클린턴 등 전직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거나 미국의 유감성명 등 과거처럼 체면을 살려주는 조치가 없었는데도 북한이 석방에 동의한 건 스스로 웜비어의 위중한 상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실제 웜비어의 부모는 인터뷰에서 “아들이 ‘최악의 정권’으로부터 짐승 같은 취급을 당했다는 걸 전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류 언론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학생을 학대한 북한 정권을 반드시 응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가혹행위가 향후 이뤄질 조사에서 사실로 드러난다면 웜비어 석방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압박에 새로운 명분을 제공할 것이라는 얘기다. 틸러슨 장관이 전날 상원에서 “북한에 원유 등 필수품 공급을 불허하는 방안을 시작하도록 (중국 등)다른 나라들과 협력해야 할 것”이라며 원유선 차단 등 대북 ‘최종 카드’마저 만지작거리는 가운데 북한의 가혹행위로 미국인이 희생될 경우 북미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을 수도 있다.

물론 억류자 석방이 북미대화 재개의 구실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차관보는 “김정은이 미국 시민이 북한에 억류된 채 사망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웜비어 석방의 부차적 의도는 ‘숙녀가 신사 앞에서 일부러 손수건을 떨어뜨리는 것’과 같은 외교적 시그널의 한 형태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긍정 전망의 중심에는 석방에 맞춰 방북한 전 미국 프로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있다. NYT는 “미국인 가운데 유일하게 북한 김정은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 있는 로드먼의 방북에 맞춰 석방이 이뤄졌다”고 주목했다. 과거 수차례 방북했던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도 “김정은과 선이 닿을 수 있는 그가 북미대화에 시동을 거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로드먼은 웜비어 석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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