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의 위중함과 현장의 진중함을 망각한 정치인, 고위 공직자의 기념촬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위, 자리에 대한 과시인가? 업적 기록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자기PR시대의 한 모습인가? '인증'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거절할 줄 모르는 심성의 발현? 고된 현실을 잠시 잊기 위해서?
세월호 침몰 참사부터 이어진 기념촬영 논란을 시간 순으로 정리했다.
4월 16일 강병규 전 안전행정부 장관 경찰간부후보 졸업식 기념촬영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했던 지난 4월 16일 강병규 전 안전행정부 장관은 충남 아산 경찰교육원에서 경찰간부후보생 졸업식에 참석하고 있었다. 강 전 장관은 9시 25분 쯤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보고를 받았지만 경찰교육원에 그대로 있었다. 10시 37분에는 졸업식 기념촬영을 했다. 분초를 다투던 그 시각이었다. 사진 속에서 강 전 장관은 이성한 경찰청장과 나란히 자리잡고 밝게 웃고 있다. 사고 주무부처 수장의 상황파악, 조치 능력의 수준은 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기게 됐다.
4월 19일 길환영 전 KBS 사장 세월호 침몰 구조현장서 기념촬영
길환영 전 KBS 사장은 세월호 침몰 참사 발생 나흘째인 4월 19일 사고현장 인근 취재 현장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이 사실은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은 5월 27일 KBS노동조합이 발행한 노보에 의해 뒤늦게 밝혀졌다. KBS노조에 따르면 당시 길 사장은 간부급 직원 10여명과 함께 사고 지점 인근에 마련된 취재 선박에 방문했다. 현장을 둘러보던 길 사장은 "이왕 온 김에 모두 사진 한번 찍자"고 말하고 현장 취재, 제작 활동을 하던 직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것으로 밝혀졌다. 길 사장은 6월 10일 해임됐다.
4월 20일 팽목항서 기념촬영 시도했던 송영철 전 안전행정부 국장
송영철 전 안전행정부 국장은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닷새째인 4월 20일 팽목항 상황실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려다 실종자 가족에게 거센 항의를 받았다. 안행부는 다음 날 송 국장을 해임했다.
6월 11일 밀양 행정대집행 현장서 기념촬영하는 경찰들
절규하는 70~80세 노인을 끌어내는 '임무'를 완수한 경찰들이 다함께 'V'포즈를 했다. 지난 6월 11일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시위 현장에서 목에 쇠사슬을 감고, 알몸으로 끝까지 저항하는 노인들을 끌어낸 뒤였다. 당시 기념촬영을 했던 장소는 시위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자를 후송했던 헬기장 바로 옆이었다.
7월 22일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 영결식장서 사진촬영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 달 22일 소방헬기 추락사고로 숨진 소방관 영결식에 참석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이 모습이 보도되자 김 최고위원은 트위터에 “지인으로부터 사진을 촬영하자는 요청을 거부하지 못하고 사진을 찍은 것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잘못된 행동이었다”면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유족분과 고인을 애도하는 분들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8월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 일어난 부대서 기념촬영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이 발생한 부대를 방문했다. 사건이 발생한 28사단 의무대를 방문해 현장조사를 하고 장병들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서였다. 일정 중 의원들은 28사단장과 3군 사령관 등 지휘관, 장병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는 포즈로 기념촬영을 한다. “유족의 슬픔이나 국민의 분노는 안중에도 없는 ‘군기 빠진’국방위원들”이라는 등 비난이 일자 한 의원은 “장병들 사기진작과 격려 차원에서 사진을 찍은 것으로 큰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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