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드 대통령, IS 군사 대응 공조 논의위해
미국과 독일, 러시아 등 정상들 잇따라 만나
이슬람국가(IS)의 본거지인 이라크와 시리아에 대한 공습에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이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24일 시리아 북부 라타키아 주를 폭격하던 러시아 전투기가 터키 전투기에 의해 격추되면서 IS 공격을 위해 뭉친 국제 공조가 느슨해지는 것은 물론 터키가 속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러시아간 긴장 국면이 조성될 전망이다. 시리아와 터키 국경지대에서 벌어진 터키와 러시아군의 갑작스러운 격돌로 IS 공격을 위한 공조를 얻어내기 위해 24일 미국에 이어 26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야 하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난데없는 난관을 맞이하게 됐다. 당장 러시아와 터키, 그리고 나토측은 뜻하지 않는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상대를 자극하는 움직임을 보이진 않고 있다. 하지만 터키는 과거 시리아 반군 공격을 빌미로 여러 차례 국경을 넘어선 러시아에게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한 경고를 보내는 등 양국 사이에는 불편한 기류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러시아기 격추 직후 터키 정부는 주 터키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러시아의 영공 침해로 인해 벌어진 이번 사태 이후 러시아가 추가로 터키 국경을 넘어서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AFP통신은 “터키공군이 러시아기를 격추시킨 사실은 영공을 방어한다는 교전 규칙에 따른 결과임을 러시아측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터키 정부의 대응을 설명했다. 터키측은 러시아 전투기가 이날 오전 9시 20분(현지시간) 터키 남부 하타이 주 야일라다으 지역 영공을 지나가는 증거가 담긴 비행추적 자료를 공개했다. 러시아 정부가 자국기 공격을 빌미로 공세를 펼칠 것을 대비한 선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측은 여러 통로를 통해 “격추는 시리아 영공에서 벌어졌다”라며 맞섰다. 푸틴 대통령은 심지어 “전투기 격추는 등을 찌른 행위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향후 진행될 사고조사 과정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양국이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설전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터키와 시리아 영공을 사이에 둔 주변국간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4년 간 이곳에서 주변국 전투기 3대가 격추될 정도로 첨예했다. 이번 사건으로 터키와 러시아, 나아가 나토와 러시아간 갈등이 격해질 것을 우려한 나토는 24일 곧바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외신들은 이번 회의 목적이 동맹국들에 격추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프랑스 정부는 23일 파리테러 직후 중동으로 파견한 핵 추진 항공모함 샤를드골이 수니파 무장조직에 대한 대대적 공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국방부는 파리 테러 발생 열흘 째인 이날 샤를드골함에 탑재된 전투기들이 이라크 라마디와 모술, 시리아 락까 등 IS의 주요거점 지역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샤를드골함에서 발진한 전투기 ‘라팔’ 4대가 라마디와 모술 지역에서 IS 석유시설과 사령부, 신병모집소 등을 폭격했으며, 시리아 락까 지역을 공습할 때는 아랍에미리트 지역에 배치됐던 전투기 ‘미라주 2000’ 2대도 공중에서 합세해 함께 작전을 펼쳤다고 AFP가 전했다. 샤를드골함에 탑승한 피에르 드 발리에 프랑스군 참모총장은 이날 “프랑스는 이라크 라마디와 모술에서 IS에 맞서 반격전을 펼치는 지상군 지원을 위해 공습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가 샤를드골함을 파견한 것은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IS 근거지를 최후까지 격퇴하겠다는 명백한 의지를 대내외에 표현한 것이다. 수십 대의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는 샤를드골함은 함재기에 대한 보급은 물론 항공관제 통신시설, 방어용 함대공미사일 등까지 갖춰 전략적 군사기지 역할을 맡게 된다. 특히 스칼프 순항 미사일과 메테오 공대공 미사일 등으로 중무장이 가능한 라팔은 약 1,760㎞의 전투 행동반경을 가지고 있어 시리아와 이라크 등에 넓게 분포한 IS를 공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라팔을 탑재한 샤를드골함이 지난 18일 모항인 프랑스 툴루항을 출발해 이날 지중해 동부 시리아 연안에 도착하면서 IS 세력에 대한 전방위적 공격이 가능해졌다. 앞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샤를드골함의 배치로 우리의 작전능력은 3배가 될 것”이라며 “공습의 중단이나 휴전은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IS 격퇴를 위해 영국과 미국 등과의 군사적 공조를 확대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날 프랑스에서 올랑드 대통령을 만나 “(IS라는) 잔인한 조직과 맞서고자 프랑스와 힘을 합치겠다”고 강조했다. 캐머런 총리는 프랑스 공군의 IS 공습을 지원하기 위해 키프로스에 있는 영국 공군기지를 사용할 수 있게 허가했고, 다음주 열리는 하원 의회에는 시리아 공습 승인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캐머런 총리는 “IS가 핵무기 보유를 시도하고 있다는 첩보가 있다”면서 “IS 격퇴를 위한 시간이 지연될수록 우리의 안보는 더욱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24일 미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IS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미국은 지상군 파병을 꺼리고 있지만 올랑드 대통령의 방미를 바탕으로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밖에도 올랑드 대통령은 25일 파리에서 메르켈 독일 총리 26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을 잇따라 만나며 IS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의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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