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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눈높이 제대로 정하고 돈을 통제하는 게 재테크 시작”

입력
2018.07.17 04:40
수정
2018.07.17 09:4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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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의 고수를 찾아서] <18>김의수 ‘돈 걱정 없는 우리집 지원센터’ 센터장

버는 것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

소비 우선 순위 정해 선택과 집중을

신혼 재테크 7할은 주거비용 줄이기

투자보다 거주… 주택 청약 바람직

노후에 100만원 받는 연금보다

100만원 버는 것이 더 건강한 삶

김의수 ‘돈 걱정 없는 우리집 지원센터’ 센터장이 가계의 소비ㆍ지출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주성 기자
김의수 ‘돈 걱정 없는 우리집 지원센터’ 센터장이 가계의 소비ㆍ지출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주성 기자

남자는 부산에서 태어나 “200평은 족히 넘었던” 저택에서 유년을 보냈다. 결혼할 무렵 “아버지가 사주신 34평짜리 아파트가 좁게 느껴졌다”고 할 만큼 넉넉한 삶을 살았지만, 1998년 외환위기를 맞아 아버지 사업이 파산했다. 동시에 자신의 삶도 적자 전환됐다. 은행에 잡힌 18억원 이상 빚을 갚을 길이 없어 파산자 신세가 됐다. 설상가상 딸마저 중증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2000년 초 서울에 올라와 시작한 단칸방 생활은 과거와 괴리가 컸다. 살아남기 위해 전단지 돌리기와 공공근로, 방과후 학습 교사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그런 그가 지금은 연간 수억원을 버는 재무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김의수(51) ‘돈 걱정 없는 우리집 지원센터’ 센터장 이야기다. 나락으로 떨어졌던 청년이 재기에 성공, 돈 걱정 없이 살기까지 연결고리는 단순했다. “소비의 눈높이인 ‘준거점’을 제대로 정하고, 이달 월급으로만 한 달을 오롯이 사는 거죠.” 김 센터장은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의 센터 사무실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08년 전세계에 금융위기가 닥친 뒤 개인이 투자로 성공하기는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차라리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돈 관리를 하는 편이 현실적인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노하우를 듣기 위해 지난 15년간 3,000명 이상이 김 센터장을 다녀갔다. 지금도 하루 평균 4개 가정이 센터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돈 걱정 없는 삶은 어떤 건가

“돈이 많다고 해서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사람 중에 월 수입이 1,000만원에 육박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매월 800만원을 쓰고도 부족하다고 느꼈으며, 저축 금액이 200만원에 불과하다는 점도 고민이었다.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얼마를 벌건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돈에 대한 통제가 곧 고민을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이다.”

-돈을 통제한다는 것의 의미는

“우선 준거점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과거 이야기를 해보자. 어린 시절 넓은 집에서 살았던 나는 34평 아파트도 모자라 43평을 추가로 분양 받았다. 좁다고 느꼈던 이유는 기준점이 200평 저택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이 망하고 단칸방 생활을 하다가 소득이 늘어 이사한 32평 아파트는 궁궐로 느껴졌다. 결국 자신이 어디에 눈높이를 두고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다. 돈을 통제하기 위한 첫걸음은 소비의 눈높이를 적절히 정하는 일이다.”

-결국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는 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타인의 삶이 공공연하게 공유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남이 하는 건 다 하고 싶고 따라가야 하는 욕망이 생겼다. 그러다 보면 분수에 맞지 않는 무분별한 소비 역시 생기기 마련이다. 준거점을 제대로 정하는 건 무작정 자린고비로 살란 게 아니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란 뜻이다. 절대 포기 못할 항목이 있다면 그건 내 행복을 위해 유지를 하되, 다른 부분에서 소비를 줄이는 균형이 필요하단 뜻이다.”

-소득 자체가 적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 변변치 못한 직업으로 살면서도 150만원을 벌면 50만원은 저축을 했다. 여기서 핵심은 월급에 비해 많은 돈을 저축했다는 것이 아니다. 한달 월급 가운데 얼마를 저축하고 얼마로 생활할지 미리 계획해 가계를 꾸렸다는 걸 의미한다. 요즘은 신용카드 사용이 많아 소비가 무분별해졌고 매월 내가 쓸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드물다. 신용카드를 쓰고 다음달 월급으로 막는 식이면 매월 지출규모가 들쭉날쭉해 내가 쓸 수 있는 자산이 얼마인지 알 수 없다. 게다가 한달 카드 값이 나가버리면서 월급을 받아도 기쁘지 않다.”

-각종 혜택으로 신용카드를 써야 할 때도 있는데.

“선(先)결제를 이용하면 된다. 그러면 사실상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과 동일하다. 중요한 건 매월 단기부채를 먼저 없애는 거다. 그래야 이달 월급으로 예산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 시스템의 유무는 차이가 크다. 자신의 눈으로 소비흐름을 쫓아가면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고 저축 규모도 정할 수 있다. 실증적으로 이런 구조를 만든 사람은 없을 때보다 평균 30%가량 더 저축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종잣돈도 만들고 다른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 막 취업한 새내기 직장인의 바람직한 월급관리 방안은.

“‘무조건 월급의 반은 적금을 넣으라’는 식의 조언이 많은데 사실 지속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돈을 버는 기쁨도 없이 절제만 하고 산다면 금세 질린다. 차라리 입사 첫해는 나를 위해 매월 얼마씩은 쓰겠다고 비율을 정하는 게 더 현실적이다. 이를 매년 조정해 나가면서 저축을 늘리면 계획대로 쓴 사람과 안 쓴 사람은 3년 후 큰 차이를 보인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도 돈 걱정이 많다.

“신혼부부는 주거비용을 줄이는 게 재테크의 7할 이상을 차지한다. 젊은 층이 갑자기 부동산 재건축 지역에 투자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들에게 집은 투자의 대상보다 거주의 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정책처럼 신혼부부 주거 안정 로드맵에 따라 지원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적극 청약을 넣는 게 맞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면 예비 부부 상당수가 공공ㆍ임대주택 청약 자격조건조차 모르고 있다. 하루 날 잡아 머리를 맞대고 스터디를 해야 한다. 그리고 결혼을 하게 되면 자신의 소득에 배우자의 소득을 합해 계산하는 경향이 생긴다. 지출의 주체는 각각인데 소득이 늘었다고 착각해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 이를 경계해야 한다.”

-노후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어떻게 마련해야 바람직한가.

“한국 사회의 노후문제는 정년 이후의 삶을 새로운 시작으로 보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연금을 받으며 안락하게 살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외국의 경우 평생교육 시스템이 잘돼 있어 60세가 넘어서도 새 일자리를 찾고 다시 시작하는 것에 부담이 없다. 즉 청년으로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은퇴하면 아웃’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때문에 어떻게 해야 비근로소득을 늘릴지에 고민이 집중돼 있다. 연금만으로 100세까지 삶을 보장받을 순 없다. 1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연금에 가입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좋아하는 일을 하며 100만원을 버는 것이 더 건강하다. 은퇴 전에 준거점을 낮추는 작업도 선행돼야 한다. 더 이상 내 소득이 예전과 다름을 인식하고 미리 씀씀이를 줄여야 연착륙할 수 있다. 국민연금 수급 시점을 유예하고 적어도 75세까지는 노동을 하며 생활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노후생활이 그리 힘들지만은 않다.”

김 센터장의 조언이다. “장기간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일정과 예산계획을 세우잖아요. 사람이 태어나 학교에 입학하고, 결혼하고 늙어가는 과정은 인생이란 이름의 여행이죠. 가이드 없이 떠난 여행에서 시행착오가 생기듯 우리도 미리 계획을 세우고 돈을 통제하며 산다면 앞으로 삶이 비참하진 않을 거예요. 당장 오늘 집으로 돌아가 이달 수입과 지출의 흐름을 살펴보세요. 다음달이 달라질 겁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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