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전임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직접 검찰에 고발하지 않는 대신 추후 진행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김 대법원장은 15일 대국민 담화에서 “섣불리 고발이나 수사의뢰 같은 조치를 할 수는 없더라도 이미 이뤄진 고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경우 미공개 문건을 포함해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ㆍ물적 조사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에는 이미 시민단체 등의 고발 사건 17건이 접수돼 있다. 김 대법원장은 또 의혹에 연루된 고법ㆍ지법 부장판사 11명 등 법관 13명을 징계절차에 회부했다. 김 대법원장이 법원 인사들에 대한 형사 조치를 용인한 만큼 검찰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신속한 수사로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사법부 내부 문제를 검찰이 수사하고, 최종 판결은 다시 사법부가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된 마당에 사법부라 해서 법에 따라 이뤄지는 수사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 젊은 법관들이 사법부의 직접 고발 내지 수사의뢰를, 전국 법원장 등 고위 법관들이 자체 해결을 각각 요구하며 갈등이 빚어졌다. 김 대법원장의 결정은 결국 검찰에 진상 규명을 맡기고 내부 갈등도 봉합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김 대법원장의 결정에 따라 재판거래 의혹의 진상은 검찰 수사로 곧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세대ㆍ직급ㆍ이념 성향 별로 쪼개진 사법부 내부 갈등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사법부가 정치권력과 재판거래를 시도해 스스로 사법 독립을 훼손한 것은 성사 여부를 떠나 치명적이다. 대법관들이 이날 성명을 통해 “대법원 재판에서는 누구도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판결이 선고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재판거래나 사법 독립 훼손 의혹을 부인했지만 국민의 사법 신뢰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철저하고도 근본적인 사법개혁으로 사법부와 재판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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