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간 한국을 먹여 살려 온 수출 제조업에 빨간 불이 켜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한국을 대표하는 ITㆍ조선ㆍ자동차 분야 간판 기업들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다. 환율하락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ㆍ복합적 문제가 결합된 추세적 내리막길 성격이 짙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한 가운데 후발 중국에 쫓기고, 라이벌 일본과의 기술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민관이 협력해 이 같은 흐름을 반전시킬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
걱정스러운 건 주력 업체들이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으로 휘청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조원 이상 감소했다. 캐시카우인 스마트폰에서 중국 업체들에 시장을 빼앗긴 탓이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의 부진은 더욱 충격적이다. 1972년 창사 이래 최대인 1조1,0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중국 업체와 경쟁하면서 조선과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도 덤핑 수주한 것이 큰 손실로 이어진 결과다. 1990년대부터 세계 정상에 오른 국내 조선업계는 2012년 이후 수주량, 건조량, 수주금액 등에서 모두 중국에 밀리고 있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의 실적이 폭증하는 가운데 현대ㆍ기아차도 어닝쇼크 수준의 성적을 냈다. 현대차는 영업이익이 13.3%, 기아차는 31.7%나 떨어졌다.
문제는 당장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돈만 쌓아놓고 투자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는 보수적 자세로는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치열한 내부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선진국 기업들처럼 인수합병(M&A)를 통해서든 기술개발을 통해서든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사물 인터넷이나 스마트 카 등 새로운 융ㆍ복합 분야에서 선도적ㆍ모험적 투자로 신성장 동력 찾기에 나서야 활로가 트인다.
최경환 경제팀도 제조업 혁신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최근 고용창출 차원에서 서비스업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그래도 세계무대에서 한국이 경쟁력 있게 내세울 건 제조업이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의 중요성이 재평가되면서 미국 독일 일본 등은 각종 인센티브를 앞세워 자국 제조업 되살리기에 여념이 없다. 정부도 비상한 각오로 기업환경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 투자 활성화와 제조업 혁신을 이끌어 내야 한다. 우리 경제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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