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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모욕당한 평창 활강경기장

입력
2014.10.0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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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가리왕산 하봉 활강경기장에 대하여 일부 환경단체들이 ‘투런 레이스’ (350m, 450 m로 따로 뛴 뒤 기록을 합산하는 방식)라는 예외 규정을 적용, 경기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심판요원으로 활동한 알파인 스키전문가로서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스키 규정에 대해서 정확하고 분명하게 말씀 드리고자 한다.

동계올림픽과 같은 빅 이벤트에서는 활강 경기 시 출발점과 결승점의 표고 차가 800m이상 되어야 하는 것이 기본조건이다. 대회 당일 천재지변(악천후) 관계로 출발지점에 강풍이 분다거나 정상지점에서의 경기가 어려울 경우에 한해서 예외적으로 50m 정도 표고 차를 낮출 수가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사안은 처음부터 활강표고 차가 750m가 되는 곳에서 준비하고 경기를 해도 괜찮다는 뜻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올림픽 남자 활강경기의 기본 표고 차는 무조건 800m 이상이 보장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 주장하고 있는 표고 차에 대한 내용은 아래의 규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국제스키연맹(FIS) 규정에 따르면 경기의 등급이 낮은 컨티넨탈 컵은 표고차가 기본 550m 이상, 수준이 가장 낮은 일반 FIS경기는 기본 표고 차가 450m에서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들은 일반 FIS 경기에 관련된 사항이다. 따라서 올림픽과 월드컵 등에 비해 수준이 낮은 일반 FIS 경기에서 점수를 딴다고 하더라도 높은 페널티가 적용되기 때문에 절대 올림픽에는 출전할 수 없다. 다만 표고차 800m 산이 없는 나라들에 한해, 국제 FIS 점수를 딸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2차전 활강 경기를 표고 차 350m 이상에서도 허용 해 준다’는 것뿐이다. 따라서 이런 경기들에 대한 규정을 올림픽과 월드컵 경기장에 적용시킬 수 없으며 적용시켜서도 안될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사항은 위에서 언급한 낮은 표고 차에서 진행하는 경기들도 FIS에 사전에 문의한 뒤 회의를 통해 FIS 코스 분과 위원회의 동의와 허락을 받아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올림픽 활강경기가 표고 차 350m에서 2차전이 가능하다” 또는 “활강 2차전으로 350㎙ 이상이 되는 곳에서 올림픽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은 잘못된 이해와 해석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 일부에선 “표고 차 750m에서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표고차 700m인 용평에 50m짜리 구조물을 설치하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현재 용평 슈퍼대회전 코스는 정상 표고가 1,430m다. 결승지점이 960m이므로 표고 차는 470m 밖에 되지 않는다. 대회전 코스 또한 정상 표고가 1,410m, 결승지점이 960m, 표고 차가 450m 밖에 안 된다. 환경단체서 주장하는 표고 차 700m는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인지 궁금하다. 또 700m 표고 차가 되려면 현재 결승지점을 최소 1㎞ 이상 아래로 옮겨야 하는데, 결승지점 밑으로는 경사도가 낮아서 활강경기를 할 수 없고 설사 계곡을 메우더라도 오히려 환경파괴가 더 심각할 것이다.

특히 이들 단체들이 쓰는 구호가 매우 작위적이고 자극적이라는 점 또한 유감스럽다. 이들은 최근 ‘3일간의 스키경기 대(對) 500년 원시림’이라는 문구로 활강 경기장 건설을 반대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올림픽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는 대회 개최 2년 전부터 테스트 이벤트를 해야 하고 매년 각국 선수들의 연습은 물론, 대회 때는 3개월 내내 활용해야 한다. 이들이 말한 ‘3일’이 아니라 햇수로 3년을 사용하는 셈이다. 경기규칙을 마음대로 해석, 국민들을 호도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진해 한국체대 교수ㆍ국제스키연맹 심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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