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회식 드레스 리허설 치러
체감온도 영하 22도의 최강한파
관람객들 “추위가 살을 파고들어”
“공연은 감동적, 방한은 아쉬워”
중간에 자리 뜨는 사람도 많아
조직위는 “방한대책 실효성 입증”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추위와의 힘겨운 사투를 이어나가고 있다. 3일 치러진 개회식 드레스 리허설은 실제 개회식과 동일한 순서와 시간으로 치러졌다. 입장객의 휴대전화 카메라에 보안 스티커를 붙여서 촬영을 막고, 언론인의 출입을 차단하는 등 철저한 보안 속에 치러진 탓에 그 내용이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개회식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공연은 감동적이었지만, ‘방한 리허설’은 다소 아쉬웠다”고 입을 모았다.
4일 2018평창동계올림픽ㆍ동계패럴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개최된 올림픽 개회식 드레스 리허설을 관람하던 일반 관객 10여명이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 의무실을 찾았다. 이 가운데 3명은 실제로 저체온증 증상을 보여 핫팩을 지급받고 침대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 의료진의 조치를 받았다.
조직위는 개회식 리허설 이후 ‘방한시설 실효성 점검’이라는 자체 보고서를 통해 “날씨가 상당히 추웠음에도 불구하고 방풍벽이나 난방쉼터가 성공적으로 기능을 했고 방한 대책의 실효성이 입증됐다”고 자평했다. 혹한 대책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경기장 외벽에 설치된 방풍벽이 실질적으로 칼바람을 막아줬고 관객들이 방한쉼터 27개소를 적극적으로 드나들며 추위를 피했으며 복도에 설치된 파티오히터(우산 모양의 난로) 또한 큰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 관람석에 앉아 맹 추위를 온 몸으로 느낀 관객들은 다른 반응을 내놨다. 서울 강서구에서 온 공모(29)씨는 “겹쳐 입은 내복 위에 스웨터, 패딩 등 최고로 따뜻하게 옷을 입었고 핫팩도 6개나 준비했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는 “추위가 살을 뚫고 뼈 안 쪽까지 파고든 느낌”이라고 이날 추위를 표현했다. 자원봉사자 김모(31)씨는 “입장한 지 30분쯤 지나니까 온몸이 사시나무 떨 듯 떨렸다”며 “목도리에 고드름이 맺힐 정도였고 너무 추워서 핫팩이 발열이 안 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강추위 탓에 개회식장 곳곳에 빈 자리가 보였다. 조직위는 개회식 리허설을 위해 자원봉사자ㆍ파견자, 지역주민 등 2만 명을 초청했다. 개회식장은 3만5,000여명을 수용하는데, 이날 강추위 탓에 실제 참석한 인원은 1만 여명에 불과했다고 관객들은 전했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안모(25)씨는 “어머니께 개회식 리허설에 간다고 하니 ‘어쩌려고 거길 가냐’며 만류했다”고 말했다.
추위를 뚫고 관람을 강행한 시민들도 오래 버티진 못했다. 공씨는 “오후 10시쯤 행사가 끝났는데, 오후 9시가 넘으니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며 “견딜 수 없는 추위에 욕설을 내뱉는 사람도 다수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 중랑구에서 와 40분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곽모(22)씨는 “가방에 넣어둔 렌즈세척액과 렌즈가 같이 얼었다.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 기차 시간을 앞당겨 귀가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제조사를 막론하고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꺼져버린 휴대전화 때문에 개회식장 안팎에서는 일행을 찾느라 고성이 오가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평창=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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