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선롱버스 등 올 들어 148대 등록
2년 전엔 7대뿐… 국내사 독점 흔들
지난달 20일 전남 목포신항에 중국 상하이에서 출항한 화물선 한 척이 접안했다. 수입차시장이 커지며 수입 승용차를 한번에 수백 대씩 실어오는 것은 흔한 풍경이 됐지만 이 선박에는 중국 선롱버스가 제작한 25인승 중형버스 100대가 선적돼 있었다. 이는 수십 년 간 들어온 수입 중형버스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국내에서 2012년까지 등록된 수입 중형버스는 49대에 불과했다.
국산차가 싹쓸이 해온 버스시장에 균열이 생겼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신규 등록되는 버스는 2000년대 후반부터 연간 1만여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산 중형버스(25~44인승)가 5,112대, 대형(45인승 이상)이 5,592대 등록됐다. 수입은 중형이 95대, 대형은 달랑 한 대뿐이었다. 수입 중형버스의 경우 2012년 7대에서 지난해에는 무려 1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올해는 지난달 말까지 148대가 등록돼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기록을 일찌감치 갈아치웠다.
이 같은 증가세는 지난해 5월 국내 버스시장에 진출한 선롱버스가 견인하고 있다. 상하이에 본사가 있는 선롱버스는 버스 등 100여종의 차량을 생산하는 중국 상용차전문업체로, 국내 주력 모델은 우리 인증기준에 맞춰 주문 제작한 25인승 듀에고EX다.
선롱버스는 중국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 공개적 마케팅은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 25인승 카운티, 자일대우버스의 레스터보다 월등히 큰 차체를 무기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중국산은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한다는 선입견과 달리 듀에고EX는 부가가치세 포함 6,650만원으로 현대나 대우 경쟁차종보다 오히려 비싸다. 선롱버스코리아 관계자는 “크기는 35인승과 맞먹지만 25인승인데다 접이식이 없고 모두 고정식 좌석이라 안락한 것이 장점”이라며 “구체적 판매대수는 밝힐 수 없어도 최근 관광버스를 중심으로 찾는 고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 동안 국내 버스시장은 현대ㆍ기아차와 대우버스가 약 7대 3의 비율로 장악해왔다. 특히 대형버스는 국토부의 ‘도로의 구조ㆍ시설에 관한 기준’이 차폭 2.5m를 넘을 수 없도록 규정해 폭이 5㎝ 정도 긴 유럽산 버스는 수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1990년 이후 23년간 수입된 대형버스가 29대에 그칠 정도로 국산버스의 확고한 독점체제였다.
이런 상황이라 주문이 밀리거나 파업이라도 벌어지면 고객들은 몇 달씩 하염없이 기다려야 해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수도권에서 전세버스업체를 운영하는 김모(65)씨는 “5월에 주문한 대형버스를 아직도 받지 못해 현대차에 따졌더니 ‘노조파업 때문에 지연됐다’고 한다”며 “답답한 이들이 많아 품질 좋은 버스들이 수입된다면 값이 비싸더라도 구매 수요는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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