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서 만난 인연으로 재능기부
삼일절 알리기, 유기견 입양 광고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 인터넷서 화제
“재미있는 광고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익광고라고 해서 지루하기만 할까.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청춘들이 한 데 모여 비영리단체를 만들었다. ‘세상을 밝히는 광고’ 줄여서 ‘발광’ 소속 김용훈(30) 이유진(26) 김은주(25) 최지애(23)씨가 주인공이다. 의미 있으면서도 유쾌한 광고를 만들기 위해 이들은 이름 그대로 ‘발광’ 중이다.
발광은 지난 1월 광고회사에서 근무하다 인연이 닿은 네 명이 공익 차원의 재능기부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탄생했다. 김용훈씨는 24일 한국일보와 만나 “광고 하나만으로도 예술이 되면서 사람들도 보고 즐기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며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시작은 삼일절 알리기였다. 김은주씨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국경일의 의미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며 “구구절절한 유인물 대신 간결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방식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삼일절에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2호선 역사 문고리, 전동차 손잡이 등에 태극기를 매달았다. 시민들이 손잡이를 잡을 때 자연스레 태극기를 드는 모양새가 됐다. 시민들을 1일 독립운동가로 만들어 이 날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것이었다.
지난 4월에는 대구 ‘한나네 유기견보호소’를 돕기 위해 온라인에서 크라우드 펀딩(공익 활동 목표로 온라인에서 익명의 다수로부터 받는 기부)을 진행하며 광고에 나섰다. 앞면에는 ‘외로울 때 연락해. 항시 대기’라 써서 성인 유흥업소 ‘찌라시’를 연상케 하지만, 뒷면에는 유기견 입양 내용이 담긴 이 광고는 네티즌 사이에서 회자됐다. 한 달간 모인 후원금은 1,800여 만원에 달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기 위해서도 팔을 걷었다. 1월부터 4개월간 서울 도심 곳곳에서 ‘소녀상 세우기 캠페인’을 전개했다. 방식은 단순했다. A4 용지 크기의 위안부 소녀상 종이접기 광고물을 제작한 뒤 번화가 벤치, 난간 등에 소녀상을 세워나간 것이다. 네티즌들이 온라인에서 도안을 무료로 공유해 동참할 수 있었다. 캠페인 동안 발광은 다른 봉사단체들과 함께 온ㆍ오프라인 모금도 진행해 지금까지 4,000여만원을 모았다. 옛 전남도청 앞 5ㆍ18 민주광장에 국내 15번째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한 것이다. 소녀상 제작에는 조각가 염중섭ㆍ안경진씨가 재능기부로 참여해 8월 15일 제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비 직장인, 취업준비생, 대학생으로 구성된 발광은 전문 광고업체가 아닌 탓에 동시다발적 활동은 불가능하다. 비영리단체 특성상 광고 제작이 외부 모금이나 지방자치단체 후원으로 되고 있어 사정이 넉넉한 편도 아니다. 지금은 노숙인들의 자립을 돕는 잡지 ‘빅이슈’의 광고를 돕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유진씨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작업을 주로 해왔지만 홍보가 어려운 비정부기구(NGO), 소상공인, 예술가들에게도 발광의 문은 열려있다”며 “톡톡 튀는 젊은 광고로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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