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운노조 간부들이 취업을 미끼로 돈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노무공급 기득권까지 포기하는 등 자정노력을 기울였으나 수포로 돌아갔다는 지적이다.
부산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는 항운노조 취업을 미끼로 33명에게서 7억9,800만원을 받은 혐의(취업알선 사기)로 전 부산항운노조 지부장 차모(50)씨와 전 작업반장 문모(42)씨를 구속하고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차씨 등 2명은 2014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항운노조 노조원으로 취업을 시켜주겠다며 구직자 4명으로부터 8,3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문씨 등 6명은 2011년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취업을 미끼로 29명으로부터 7억1,5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다.
특히 문씨는 모집책과 자금관리책을 두고 20, 30대 구직자 20여명을 소개받아 지난해 9월 부산 동래구의 한 식당에서 취업설명회까지 개최하는 등 대담하게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구직자들을 부산 강서구 소재 항만물류업체에 데려가 작업현장과 위조한 근로계약서를 보여주기도 했다.
문씨는 이런 수법으로 구직자 1명당 2,000만~3,000만원을 챙겼다. 퇴사한 항운노조원의 근무지에 들어가려면 자리값(권리금)이 필요하고 항운노조원으로 가입하는 것과는 별도로 작업반에 가입하려면 추가로 반비를 내야 한다며 수 백만원에서 수 천만원의 돈을 가로챘다.
문씨는 자신의 사기 행각이 들통나는 것을 대비해 피해자끼리 추천자나 청탁비 액수에 대해서는 서로 말을 못하도록 했다. 시간이 지나도 노조원으로 가입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일부 피해자가 항의하면 받았던 돈을 돌려주고 다시 구직자를 모집하는 이른바 ‘돌려막기식’ 사기 행각을 이어갔다.
경찰 조사결과 문씨는 앞서 한 차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다가 적발된 경험을 바탕으로 별도 모집책을 두고 사기 행각을 벌였으며, 청탁 알선료 역시 내연녀 계좌로 이체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문씨는 이렇게 챙긴 돈을 골프나 유흥비로 모두 탕진, 최근에는 아파트 월세가 체납되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부산항운노조는 이들의 범행 사실을 인지한 지난 3월 차씨와 문씨를 노조에서 퇴출한 데 이어 불법 확산을 막기 위해 해당 지부를 해산 조치했다.
한편 부산항운노조는 2005년 부산지검의 취업비리 수사로 노조 간부 30여명이 구속된 것을 시작해 거의 매년 취업비리가 터지면서 시민들에게 ‘취업 비리온상’ 사업장으로 비쳐졌다. 채용비리가 터질 때마다 노조는 자정 운동을 벌였지만 비리는 계속 터져 2005년 이후 위원장 4명이 구속됐고, 27개 지부장 가운데 10여명이 취업비리로 사법처리를 받았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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