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경쟁 치열해 서둘러 등록
의원 116명 선거운동 체제로
與 TKㆍ野 수도권서 두드러져
현역 국회의원들이 4월 치러지는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예비후보로 잇따라 등록하고 있다. 당에서 공천을 받고 3월 하순 정식 후보 등록을 하기 전까지 느긋하게 현역 신분을 유지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여야 모두 이번 선거에서 상향식 공천을 하기로 하면서 당내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 변화의 요인으로 꼽힌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9대 국회 현역 의원(293명)의 3분의 1이 넘는 116명이 전날까지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소속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61명, 더불어민주당 50명이다. 정의당은 심상정 대표를 제외한 소속 의원 4명이 모두 등록했고, 무소속도 1명 있다.
이전 총선에선 현역 의원들이 3월쯤에나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현역 의원 신분을 유지하면 지역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할 수 있고, 예비후보와 달리 ‘국회의원’ 직함이 적힌 명함도 제한 없이 돌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번 총선도 이런 ‘현역 프리미엄’은 여전하다. 하지만 상향식 공천제 도입으로 당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아예 발 벗고 본격적인 선거운동 체제로 서둘러 전환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친박계가 주도하는 ‘물갈이론’의 표적이 된 대구ㆍ경북(TK) 의원들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구의 경우 현역 의원 12명의 절반이 지난달 중순부터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진박(진실한 박근혜 사람)’을 자처하는 예비후보들과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유승민계로 불리는 현역 의원 6명이다. 지난달 14일 권은희(북갑) 의원을 시작으로 김희국(중ㆍ남구), 김상훈(서구), 홍지만(달서갑), 류성걸(동갑), 윤재옥(달서을) 의원이 차례로 등록했다. 경북은 지난달 21일 일찌감치 예비후보로 등록한 정희수(영천) 의원을 포함해 현역 의원 14명의 절반에 가까운 6명이 등록을 마쳤다. 강석호(영양ㆍ양덕ㆍ봉화ㆍ울진), 김광림(안동), 이철우(김천), 장윤석(영주), 정수성(경주) 의원은 지난 1일 일제히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경북지역 한 의원은 “TK는 본선보다 더 치열한 공천 경쟁이 불가피한 지역”이라며 “다른 예비후보처럼 어깨띠를 매고 거리인사를 하지 않았더니 지역에서 20대 총선에서 불출마 한다는 말이 돌아 안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예비후보 등록이 두드러진다. 예비후보로 등록한 의원 50명 중 35명이 수도권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여야 빅매치를 앞두고 있는 정세균(종로), 노웅래(마포을) 의원과 리턴매치가 예상되는 우상호(서울 서대문갑), 이찬열(수원갑), 김현미(고양일산서) 의원 등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예비후보 등록 러시는 현역 프리미엄을 최대한 누릴 수 있다는 시한이 지났다는 현실적 계산도 영향을 미쳤다. 의정보고회나 의정보고서 발송은 선거일 90일 전(1월 14일)부터 금지된다. 실제 14일 이후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람은 98명으로, 그 이전의 18명과 큰 차이가 난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구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현역 의원들이 경쟁자들에 비해 프리미엄을 얻는다는 비판 여론이 고조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며 “설 연휴를 앞두고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 존재감이 부각되는 효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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