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 통한 싱글사이트 로봇수술 회복 속도 빠르고 합병증 줄여
전통적인 수술인 개복(開腹)수술은 말 그대로 배에 큰 절개창을 만들어 진행한다. 수술하면 선명한 흉터와 많은 출혈로 회복 속도가 더디다. 그래서 기존 수술법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줄일 최소침습수술법(환자의 몸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은 수술법)이 개발됐다.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이 대표적이다.
특히 로봇수술은 외국은 물론 국내 의료진에게도 크게 주목 받고 있다. 3차원 고화질 영상 시스템과 인체 공학적인 서전 콘솔(surgeon consoleㆍ의사가 로봇을 조종하는 곳), 사람 손과 유사한 로봇 팔 등 최첨단 장비를 갖췄다. 이 때문에 기존 최소침습수술보다 더 세밀하고 정교한 수술을 할 수 있게 됐다. 로봇수술은 합병증과 흉터 감소, 빠른 일상생활 복귀 등의 장점이 있다. 술기(術技ㆍ의료기술)가 뛰어난 우리 외과의들은 로봇수술 집도 실력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단일 의료기관으로 세계 최초로 로봇수술 1만례를 달성했다.
전립선암 비롯 각종 암 수술에 적용
현재 로봇수술은 전립선암 분야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국내외 연구결과, 로봇수술이 개복과 복강경 수술보다 합병증이 덜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갑상선암도 국내에서 로봇수술로 활발하게 이용되는 분야다. 국내 의료진이 개발한 갑상선암 로봇수술법이 세계적으로 쓰이는 수술법이 될 정도로 우리 의사들이 수술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또한 위암 직장암 폐암 콩팥암 같은 암과 심장질환, 부인과 수술에도 쓰이고 있다. 특히 자궁근종과 같은 부인과 질환의 경우 하나의 절개창으로 수술하는 싱글사이트(단일공) 로봇수술이 각광 받고 있다. 이 수술은 흉터를 최소화하고 자궁 난소 기능을 보존해 여성 환자의 만족도를 높인다. 집도의는 난이도가 높아 수련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싱글사이트 복강경 수술보다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다.
최근에는 국내 의료진이 세계 최초로 한 번의 로봇수술로 두 개 이상의 암을 동시에 수술하는 성과를 냈다. 삼성서울병원 배재문(소화기외과)ㆍ서성일(비뇨기과) 교수팀이 55세 여성 환자의 위암과 콩팥암을 수술로봇으로 한 번에 수술했다. 배 교수는 “두 개 이상의 암을 동시에 수술하면 사망과 같은 위험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시간과 비용 면에서도 효과적”이라고 했다.
싱글사이트 로봇수술 담낭절제술까지
부인과 질환 외에 싱글사이트 로봇수술이 적용되는 대표적 분야가 담낭절제술. 비교적 쉬운담낭절제술은 복강경 싱글사이트 수술이 미용적인 효과가 좋아 현재 많이 쓰인다. 하지만, 모니터를 보면서 수술해야 하는 시각의 한계 외 집도의가 수술을 배워 익숙해 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연구결과, 담낭절제술을 시행할 때 97%의 CBD(총담관) 손상이 시(視)지각으로 인해 일어난다. 담관 절제 후 회복이 잘 되기도 하지만 총담관 손상 등으로 합병증이 생기면 담관협착, 담관염, 간부전, 폐혈증 등 심각한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한 것이 바로 싱글사이트 로봇수술. 싱글사이트 로봇수술은 배꼽에 2㎝ 정도의 절개창을 하나 내 다빈치 로봇 시스템으로 수술을 시행한다. 상처를 최소화해 미용 효과를 높이고 1,080dpi 해상도의 3차원 스크린을 통해 의사에게 더 선명한 시야를 제공한다. 수술 기구는 안정적으로 고정돼 좌우대칭 없이 집도의의 움직임을 그대로 구현하여 안전하고 정교한 수술을 할 수 있다. 수술한 뒤 1~2일 지나면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 속도도 빠르다.
이성열 강북삼성병원 소화기암센터 간담췌외과 교수는 “담낭절제술을 할 때 배꼽을 통한 싱글사이트 로봇수술은 시야를 명확히 확보할 수 있어 수술 부위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수술 의사가 모든 것을 직접 조정하므로 정확한 집도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런 장점 때문에 수술 후 합병증이 줄고 배꼽을 이용하기에 수술 흔적이 거의 없다”며 “통증도 적어 환자 만족도도 매우 높다”고 했다. 그는 이어 “비만 환자의 경우 싱글사이트 로봇수술이 복강경 담낭 절제술보다 수술이 훨씬 쉽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로봇수술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이미징 기술이 발달해 집도의는 더 정확하고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게 됐다. 파이어 플라이(Fire Fly)라는 이미징 기술을 쓰면 집도의는 수술 중 실시간으로 환자 혈관과 조직의 혈류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중요 부위를 관찰하기 쉽고 개선된 시야를 바탕으로 수술 동안 정확한 판단을 하도록 돕는다. 정확한 절제 위치를 짚어주는 ‘의사의 내비게이션’인 셈이다.
로봇수술 트레이닝센터도 만들어
싱글사이트 로봇수술은 최소침습, 상처 최소화 등으로 인해 일반 복강경수술보다 만족도가 높다. 특히 아주대병원에서 지난 한 해 이뤄진 2,000건의 싱글사이트 로봇수술을 분석한 결과, 1,000건 달성했을 때보다 담낭관련 수술이 1.5배 늘어 40.1%로 로봇수술에서 비중이 가장 컸다. 이에 따라 싱글사이트 로봇수술이 담낭질환을 비롯,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수술의 한계점을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의료진의 로봇수술 트레이닝을 강화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아시아 공식 다빈치 로봇수술 트레이닝센터를 설립해 의료진의 로봇수술 교육에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세브란스병원 트레이닝센터에서 5년 만에 출시된 로봇수술기인 ‘다빈치 Xi’를 도입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다빈치 S, Si, Xi의 모든 로봇수술기를 갖추는 등 국내외 의료진을 위한 최적의 트레이닝 환경을 제공해 로봇수술을 통한 최소침습수술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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