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파행 부담에 해외출장 축소하며 정상화 방안 고심
정세균 국회의장은 27일 새누리당이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내건 사퇴 요구에 대해 “의장직이 아무렇지도 않은 자리이거나, 막 무시하고 폄훼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는 적법 절차에 따른 것으로, 새누리당의 사퇴ㆍ사과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 의장은 이날 명지대 강연에서 “국회의장은 그만 둘 때도 본회의에서 의결하도록 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회법 9조는 의장 임기를 ‘임기 개시 후 2년’으로, 19조는 사임 요건으로 ‘국회의 동의’를 규정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제출한 정 의장 사퇴촉구 결의안의 경우, 최종 의결까지 운영위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여소야대 구도에서 야당의 동의 없이는 가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치권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정 의장은 ‘김재수 해임안’ 처리에 대해 “안건이 본회의에 상정됐다면 의장은 제대로 처리할 책임이 있다”며 “의장 마음대로 안건을 처리하지 않으면 직무유기이고, 의사진행을 못해서 처리를 못했다면 무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장 측은 “국회법 77조에 따르면 의장은 각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의사일정을 결정할 수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판례에도 협의 방식과 내용에 대한 최종 결정권이 의장에게 있는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때문에 정 의장은 새누리당의 사과 요구에도 응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 의장은 본보 통화에서 “정기국회 개회사 논란 때는 문제의 소지를 제공했기 때문에 유감 표명을 한 것”이라며 “이번엔 국회사무처가 검토한 절차를 따랐고 3당 원내대표 간 중재에도 적극 나섰는데, 새누리당이 조른다고 사과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입법부 수장으로서 국회 파행에 대한 부담이 있는 만큼, 사과는 아니어도 유감 수준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정 의장은 29일부터 예정된 뉴질랜드 방문 일정을 미루고 믹타(MIKTA) 의장 회의에만 참석하기로 했다. 또 측근들과 야당 원내대표들과 소통하며 국회 정상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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