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외한 다른 지역, 모든 소송 취하 하기로 합의
中 휴대폰 급성장에 위기감, 양측 "싸워봤자 실익 없다" 공감대
삼성은 MS의 소송도 새 변수
美서도 확전 않고 화해 가능성
스마트폰 특허를 둘러싸고 치열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장기간 이어지던 양 사의 소모적인 싸움이 화해 모드로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6일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진행하는 모든 특허 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 사는 2011년부터 미국 한국 독일 일본 네델란드 영국 호주 이탈리아 프랑스 등 9개국에서 서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양 사는 소송 철회 이유와 논의 시기에 대해 일체 밝히지 않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1년 이상 논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 철회 배경으로는 여러가지 변수가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가장 큰 이유는 양 사 모두 만 3년이 넘는 법적 싸움을 벌이면서 실익을 거두기 힘들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휴대폰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양 사 모두 득 될 게 없는 법적 싸움에 자원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며 “결국 양 사가 실용적으로 판단을 한 것”이라고 봤다.
삼성전자로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라는 새로운 적이 등장한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삼성전자와 특허 공동사용 계약을 체결했던 MS가 최근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료 소송을 제기했다. 노키아를 인수한 MS가 삼성전자의 특허를 경쟁업체인 노키아에게 제공하는 것은 문제라며 삼성전자가 상호 특허 사용료 조정을 요구하자, MS가 법적 소송을 벌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싸움을 정리하고 MS와 싸움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MS에 강경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이렇게 되면 애플과의 법적 싸움에 투입된 자원이 어제의 동지였다가 적이 된 MS로 옮겨 갈 전망이다.
애플 역시 삼성전자가 구글, 시스코 등 세계적 정보기술(IT) 업체들과 잇따라 상호 특허 사용계약을 맺은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애플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공동 전선을 펴면서 ‘애플 대 반애플’구도가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에서 제외된 미국에서도 양 사가 화해 분위기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양 사는 올 6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판정에 대한 항고를 함께 취하했다. 지난달에도 애플이 미국에서 제기한 1차 소송의 항소를 포기했다. 그만큼 양 사의 미국 내 소송도 화해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양 사는 2차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합의점을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진행하는 소송을 지금보다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양 사 모두 법적 분쟁 없이 해결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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