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귀국하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친동생이 뇌물 사건에 연루됐다. 11일 외신에 따르면 반 전 총장 동생 기상씨와 조카 주현씨가 뉴욕에서 체포돼 뇌물과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경남기업 소유 빌딩 매각을 추진하면서 중동 국가 한 관리에게 6억원의 뇌물을 건네려 했다. 뉴욕검찰은 이번 사건을 ‘유엔 관련 비리’로 보고 오래 전부터 예의주시했으며 반 전 총장으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현씨가 반기문 총장 영향력을 이용해 카타르 왕실에 빌딩을 매각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뉴욕검찰의 수사 확대 여부에 따라 국내 대선정국에도 파문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반 전 사무총장 측은 “보도를 보고 알았고 아는 바 없을 것”이라며 연루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주현씨가 이미 반 총장 이름을 팔아 계약금을 가로챈 혐의로 59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만큼 언론 보도를 통해 뇌물 스캔들을 알았다는 해명은 군색해 보인다. 반 전 총장은 최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23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허위”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에 고발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등의 적극적 사실 규명은 외면해 왔다.
반 전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다투는 유력 대선 주자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제대로 된 검증을 받은 적이 없다. 최근 10년간 한국을 떠나 있었고 2004년 외교부장관에 임명됐을 때는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었다. 투명한 검증을 통해 대선 주자의 도덕성과 국정운영능력, 주변 인물 및 집단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건 필수적이다. 유엔 수장과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역량은 크게 다르다. 지명도만으로 대선 후보에 무임승차할 수는 없다.
국민은 최순실 사태를 겪으며 박근혜 대통령과 주변 세력에 대한 허술한 검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똑똑히 깨달았다. 반 전 총장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식으로 외면할 게 아니라 직접 해명하는 게 옳다. 반 전 총장은 금품수수 의혹 외에 친박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줬다고 주장하며 자살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친분설, SK텔레콤 뉴욕사무소의 아들 특혜 채용 의혹, 유엔 사무총장 10년의 공과 등에 대해 소상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 다만 ‘아니면 말고’식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는 경계해야 한다. 합리적 의심을 뛰어넘는 근거 없는 의혹을 마구 쏟아 내는 것 자체가 청산해야 할 우리 정치의 적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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