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日 아베 총리 참석… 한일 관계 경색 풀 계기 될 수도
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전 총리의 29일 국장은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 추도식에 이어 1년여 만에 주요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적인 ‘조문외교’의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일 정상이 인사를 나누고 가볍게 대화하는 정도의 만남을 가질 것으로 보여 양국 갈등을 풀어가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장례에는 현직 정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아베 신조(일본) 나렌드라 모디(인도) 토니 애벗(호주) 총리와 조코 위도도(인도네시아) 테인 세인(미얀마) 대통령 등 아시자 주요국 지도자들이 다수 참석한다. 미국에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해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토마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조문을 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날 국장에 동아시아정상회의(EAS) 회원국에다 자국과 국방협력 협의체 구성하고 있는 5개국 등 모두 18개국에 조문 초청장을 보냈다. EAS 회원국은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이다. 국방협력 5개국 협의체는 싱가포르 이외에 영국 말레이시아 호주 뉴질랜드가 포함된다.
27일 현재 조문 정부대표가 정상급으로 확정된 나라는 미국 일본 인도 호주 인도네시아 미얀마 외에도 말레이시아(하림 국왕) 베트남(응웬 떤 중 총리) 태국(프라윳 찬-오차 총리) 캄보디아(훈 센 총리) 브루나이(볼키아 국왕) 라오스(통싱 탐마봉 총리) 등이 있다. 아직 조문단을 발표하지 않은 중국은 리위안차오(李源潮) 부주석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깜짝 참석을 점치는 사람도 있었지만 중국 최고지도자가 외국 정상 장례식에 참석한 전례가 없다.
아시아 주요국 정상 중에는 당일 일정으로 조문에 참석하는 지도자도 적지 않아 실제 활발한 정상외교가 되기는 어렵지만, 짧은 시간이더라도 그 동안 국가관계가 서먹했던 사이라면 쌓인 감정을 풀 계기를 만들 수는 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딱 어울리는 사례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체류 시간이 짧아 각국 정상들과 별도 회담 계획은 없다”고 설명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 역시 29일 아침 일찍 출발해 조문을 마치고 30일 새벽에 귀국하는 일정이어서 ‘조문외교’ 계획은 따로 없다고 한다. 이와 관련 주철기 청와대 외교수석은 27일 “리 전 총리의 장례식이 29일 오후 3시간 넘게 진행되는 만큼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등 각국 정상급 지도자들이 자연스럽게 조우ㆍ환담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볍게 마주친 한일 정상이 양국 정상화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을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다는 이야기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가 마지막이었다. 두 정상은 업무만찬이 끝난 뒤 짧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방한한 중국ㆍ일본 외교장관을 접견하면서 한중일 협력관계 복원을 강조했다. 북한 인사 참석과 관련해 외교소식통은 “싱가포르가 북한을 초청하지 않았고 북한도 별다른 조문단 파견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국장조직위원회는 29일 오후 2시부터 5시 15분까지 싱가포르국립대학 문화센터(UCC)에서 리 전 총리의 장례식을 엄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에 앞서 이날 낮 12시30분 리 전 총리의 관이 안치돼 있는 의사당에서 UCC까지 장례 행렬이 시작된다. 장례 행렬은 의사당을 나와 시청, 파당 광장, 싱가포르 콘퍼런스 홀 등 주요 지점과 시내 중심가를 돌게 된다. 장례식에서는 리 전 총리의 장남인 리셴룽(李顯龍) 현 총리, 토니 탄 대통령, 고촉동 전 총리 등 10명이 추도사를 낭독한다.
2013년 12월 남아공 수도 요하네스버그에서 거행된 만델라 전 대통령 추도식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약 100개국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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