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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문화재 사업 국고보조금 ‘눈먼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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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문화재 사업 국고보조금 ‘눈먼 돈’

입력
2016.04.0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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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전경. 연합뉴스
마곡사 전경. 연합뉴스

사찰에 지원하는 정부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 사찰 측과 건설업체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검은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대전지검 공주지청은 충남 공주 마곡사의 전 주지 A(61)씨와 전 종무실장 B(46)씨 등 2명을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또 건설업체 대표 C(54)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마곡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본사로, 산하에 80개 사찰을 말사로 두고 있는 국내 대표적 사찰 가운데 하나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템플스테이 전용관 건립과정에서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정부 보조금 30억원 중 수억원을 횡령한 혐의다. 템플스테이 전용관은 5,218㎡ 부지에 건축면적 647.10㎡ 규모로 2013년 2월 착공됐다. 전용관에는 강당과 수행관 등의 시설도 포함돼 있다.

사찰 측은 또 보조금을 받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건립대금의 10%(3억원)을 건설업체에 떠넘겼다. 건설업체는 대신 내준 부담금을 메우기 위해 공사대금을 부풀렸다. 아예 사용하지도 않거나 일부만 사용한 자재는 물론, 과다 계상한 인건비를 담은 서류를 만들어 정부에 제출한 뒤 보조금을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건설업체는 A씨에게 리베이트 명목으로 3억8,000만원을 상납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이 돈을 측근의 주지 선거운동 등에 사용했다.

검찰은 마곡사 외에도 소규모 사찰 10여곳에서 유사한 사례를 확인했지만 보조금 액수가 적다는 이유로 사찰 책임자들을 기소유예했다.

마곡사 등 사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국가보조금 사업에서 사찰측이 10% 부담금만 선납하면 손쉽게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찰과 업체가 짜고 이를 악용하면 얼마든지 입맛대로 돈을 주무를 수 있는 실정이다.

검찰은 이런 문제가 마곡사나 일부 사찰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는 판단에서 비슷한 비리 정보나 제보가 나오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충남지역 한 사찰 관계자는 “템플스테이와 관련해 여러 안 좋은 소문이 나돌았는데 실제 사실로 드러나 충격”이라며 “불교정신을 바탕으로 순수하게 운영하고 있는 사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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