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진은 상임위 출석해 “억울하다” 사퇴 요구엔 ‘웃음’
국무총리의 질책에 대해 “짜증냈다”고 표현해 논란도
여당 의원들조차 적극적 엄호는커녕 전문성 부족 질타
청와대는 살충제 계란 파동 초동 대처에서 미흡함을 드러낸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대해 당분간 해임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류 처장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언론 탓으로 돌리는 등 적반하장 태도를 보여 자질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22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류 처장과 관련해 “초기 업무파악이 부족하고 부적절하게 발언하는 모습으로 국민의 염려를 키운 것은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류 처장 해임 요구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임 실장은 “식품약품과 보건복지가 합쳐진 경우 어떤 전문성을 중요하게 볼 것이냐가 인사에 어려운 점”이라며 “류 처장은 약품 쪽에 전문성을 가진 데다가 다양한 정치ㆍ사회활동을 했다. 좀 더 지켜봐 주기 바란다”고 이해를 구했다. 이날 회의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청와대 업무보고다.
임 실장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성토한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서도 “대통령 인사권이 존중되는 게 옳다”며 경질 요구를 일축했다. 임 실장은 “여가부 장관께서 (우려 사항을) 충분히 잘 전달해주셨다”며 “(대통령이)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임명 나흘 만에 자진 사퇴한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과 관련해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과학기술인의 열망에 충분히 귀 기울이지 못했다고 자성하고 있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야당이 인사 5대 배제 원칙 훼손을 거듭 문제 삼자 “국회는 5대 원칙에 대해 ‘비리’라고 말하는데, 반복성이나 심각성, 후보자 자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인사 참사라는 말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한편 류 처장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출석해 부적절한 답변 태도로 논란을 키웠다. 여당 의원들도 엄호는커녕 류 처장의 전문성 부족을 질타했다.
류 처장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17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자신을 질책한 것을 두고 “총리께서 짜증을 냈다”고 표현했다. 농해수위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짜증이 아니라 질책한 것 아니냐, 성실하고 정중하게, 신중을 기해서 답변하라”고 경고했다. 이에 류 처장은 “죄송하다”면서도 “약간 억울한 부분이 많아서 그렇다”고 굽히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데 대해서도 “언론에서 만들어냈다”거나 “와전됐다”며 책임을 돌렸고, 사퇴 요구를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는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식약처 전 직원이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로 자진사퇴 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권민지 인턴기자(경희대 언론정보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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