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어제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경제로 시작해 경제로 끝났다. 경제관련이 80%이상을 차지했고, 경제라는 단어를 100차례나 언급했다. 야당 대표의 연설이 정치와 투쟁보다는 경제와 정책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전날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파격적인 연설만큼은 아니어도 제1야당의 변화 노력이 담긴 연설은 국민들에게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겼을 법하다.
문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유능한 경제정당 건설을 표방해왔다. 이날 연설에서도 경제 위기극복을 위한 새경제(New Economy)를 제안하고, 그 핵심수단인 소득주도 경제성장론을 상세히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심각한 불평등과 양극화를 초래한 기존의 성장전략 대신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내수기반으로 한 성장전략, 즉 “더 벌어 더 소비하고 더 성장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고 했다. 보수진영을 중심으로“포장만 바꾼 분배론”이라고 비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분배와 복지에 치우쳤던 진보성향 야당이 성장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변화다. 새누리당 유 원내대표도 전날 연설에서 “야당이 성장의 가치를 말하기 시작했다”며 “놀라운 변화”라고 평가했다.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노동자 모두가 힘을 합치는 상생과 협력의 경제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경청할 만하다. 문 대표가 당내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펼치는 주장들을 연설에 상당 부분 반영한 것도 보기 좋았다.
하지만 현재 우리 경제의 어려움과 사회 문제의 원인을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탓으로만 돌린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제1 야당은 엄연히 국정의 주요 파트너로서 역할과 책임이 있다. 그 동안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 등에 제1야당이 충분히 협조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마땅히 그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했다. 전날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연설에는 통렬한 자기 반성이 담겨있었다. 문 대표의 연설이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비해 울림이 적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문 대표도 연설에서 강조했듯이 정치가 곧 경제이다. 정치 영역에서 각 정파가 상생과 협력의 생태계를 조성해야 복잡하게 얽힌 경제 문제들을 풀어갈 수 있다. 경제와 직결되는 당면과제인 노동개혁과 공무원연금개혁 문제부터 고도의 정치력을 필요로 한다. 문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진영을 넘어 합의의 정치를 선언하면서 선의의 정책 경쟁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1 야당이 보조를 맞추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문 대표가 추구하는 유능한 경제정당 건설도 협력과 상생의 정치 없이는 이루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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