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한국노총의 노사정 합의 파기 선언과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미편성 사태를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정부와 노동계, 교육청 사이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날부터 총파업에 돌입하는 등 정부의 양대 지침(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변경 완화 지침) 강행에 반발하고 있다. 또한 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집행을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 역시 중앙 정부와 교육청 사이에 또 하나의 갈등 요인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탈퇴와 국회의 노동개혁 입법 지연을 겨냥해 “아들·딸들의 장래를 외면하고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정치권과 노동계의 일부 기득권 세력의 개혁 저항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국민과 함께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대 지침에 대해선 “공정인사 지침에 쉬운 해고는 전혀 없으며,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지침은 정년 연장 시대의 일자리 나침반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노동계의 반대를 공박했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고 “노동개악 관철을 위해 탄압을 주문하는 대통령에게 굴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정오를 기해 양대 지침에 반대하는 총파업에 돌입했다. 박성식 대변인은 “이번 토요일(30일) 수만명 규모의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2월 대의원 대회에서 여당에 대한 총선 심판활동을 구체적으로 수립할 방침이다.
. 하지만 법무부는 전날 김현웅 장관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정부가 발표한 정책을 반대하기 위해 법률에 규정된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민노총의 일방적 지시에 따라 총파업에 돌입한다면 불법파업에 해당한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여서 정국은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또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지방교육청의 법적 의무사항으로, 무조건 정부를 탓하는 시도교육감들의 행동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힐난했다. 이어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한 시도교육청(현재 6곳)에 3,000억원의 예비비를 우선 배정하도록 하는 한편 “법을 고쳐서라도 정부가 누리과정 같은 특정 용도에 교부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대다수 교육청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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