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개사 중 12곳이 적자 상태
공시자료에 기부 내역 없는 곳도
10억 이상 낸 곳 현대차 등 23개
미르ㆍK스포츠 재단이 지난해 수천억원대의 적자를 낸 기업에게도 출연금을 쥐어 짜 낸 것으로 드러났다. 자발적 모금이 아니라 청와대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압력에 기업들이 출연금을 내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일 재벌닷컴과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 53개사 가운데 25%에 달하는 12개 기업은 지난해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도 돈을 냈다. 지난해 4,076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대한항공의 경우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10억원을 냈다. 두산중공업 역시 지난해 4,511억원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두 재단에 총 4억원을 출연했다. CJ E&M과 GS건설 역시 수백억원대 적자에도 각각 8억원과 7억8,000만원을 냈다. 이 밖에도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아시아나항공, GS글로벌, 금호타이어, LS엠트론 등도 6,200만~4억원을 출연했다.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기업 중 일부는 감사보고서 등 공시자료에 기부금 내역 등이 없어 회계 처리가 불분명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감사보고서 등 공시자료에 기부금 내역이 없는 곳은 한화(15억원), GS건설(7억8,000만원), CJ(5억원) 등을 비롯해 총 8개사다. 이에 대해 A기업 관계자는 “기부금 내역을 밝히는 것은 공시 의무사항이 아니다”며 “이번 출연금의 경우 영업외비용 항목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53개 기업들의 지난해 기부금 증가액 중 절반 이상은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몰렸다. 53개사 중 기부금 내역을 공개한 45개사의 지난해 기부금 합계는 1조695억원으로, 전년보다 1,542억원 증가했다. 이 중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774억)이 차지하는 비중이 50.2%였다.
한편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 53개사 중 10억원 이상을 낸 기업은 23개사였다. 현대자동차가 68억8,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SK하이닉스(68억원), 삼성전자(60억원), 삼성생명(55억원), 삼성화재(54억원), 포스코(49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외에 롯데케미칼, 삼성물산, 한화, GS칼텍스 등도 10억~30억원 출연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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