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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사 정말 싫어" 돌직구 뒷담화

입력
2014.07.2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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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식적인 상사, 공(功)을 가로채는 상사, 툭하면 인격을 모독하는 상사, 제 기분대로 하는 상사, 동료들 앞에서 큰 소리로 혼내는 상사…. 이런 상사 때문에 당장이라도 사표 내고 싶은 거, 사실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젊은 직장인들에게 회사를 때려 치고 싶은 이유를 물어보면 아마도 ‘상사 때문’이란 대답이 꽤 상위에 랭크 될 것이다.

하지만 “상사 때문에 힘들다”고 푸념하면 한결같이 나오는 반응은 이렇다. “그런 생활 너만 해봤냐, 나도 해봤다” “나 때는 더 심했다” “사회생활이 다 그런 거지. 배부른 소리 그만해라”등등.

사실 우리나라 같은 수직성이 강한 사회에서 직장 상사는 무섭고도 무거운 존재다. 상사와 부하가 부딪히면, 일단 이유불문하고 아랫사람이 불이익을 받는 게 현실이다. 특히 요즘처럼 직장 얻기가 힘든 때엔, 아무리 상사들이 꼴 보기 싫어도 그저 참고 또 참는 게 미덕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상사들도 알아야 한다. 내 앞에서 보이는 부하들의 공손한 표정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부하들은 자신을 잘근잘근 씹고 있을 지 모른다는 것을.

그래서 담아 봤다. 직장인들이 말하는 상사에 대한 속내, “이런 상사, 정말 싫다!”

(신변 보호를 위해 부득이하게 익명처리 했음을 밝힙니다)

너무 무식해요

그 분, 같이 발표 들어가면 정말 X 팔립니다. 꼭 마지막에 핵심 멘트를 본인이 하고 싶은 말로 바꾸는데, 그 때마다 맞춤법을 왕창 틀리거든요. 가령 “이 adapper의 경우는…”(맞는 철자는 adapter) 등 한 장 넘기기가 무섭게 3~4개씩 틀리는데 정말 돌아버릴 지경. 최근에는 그 상사(A)와 나, 그리고 미국 시민권자지만 한국어 영어 다 잘 하는 컨설턴트(B) 이렇게 세 명이 고객사에 발표를 하러 갔더랬습니다. 발표를 마쳤는데 그쪽 부장님이 “B씨, 한국 생활은 이제 좀 익숙해졌나요?” 묻더라고요, 뜬금없이. B는 한국 생활 엄청 야무지게 잘 하고 있으므로 뭔가 이상한 것을 감지하고는 “네, 그럼요. 벌써 3년인걸요”라고 답했죠.

그러자 그 부장님 왈 “아니, 맞춤법을 너~무 틀려서… 우리 눈엔 그것만 보이거든. 미안해요. 근데 뭐… 괜찮아. 외쿡에서 오래 살다 온 전문가가 작성한 것 같고. 하하하…” 그렇게 돌려서 까는데, 사실 맞춤법은 상사가 다 고쳐서 틀려버린 거거든요. 어쩌겠어요, 그냥 B가 분위기상 다 뒤집어 썼죠. -컨설팅회사 근무ㆍ31세 女

그래 너 잘났다

우리 팀장은 능력자예요. 업무능력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두뇌회전이 비상합니다. 팀장이 능력이 좋고 일 욕심이 많으니까 여러 가지 일을 따 오는데, 문제는 본인 기준으로 이 일이 한 일주일이면 끝낼 수 있겠다 판단하고 가져온다는 겁니다. 물론 윗분에겐 “일주일 후에 보고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죠.

하지만 팀원들 입장에선 절대로 일주일 안에 끝낼 분량이 아닙니다. 그래서 좀 하소연이라도 하면, 팀장 왈 “그거 두 세 시간만 하면 끝나는 거 아냐?”

결국 야근까지 해가며 결과물을 제출하면 그때부터는 ‘폭풍 까임’이 시작됩니다. 팀장 자신이 먼저 다 분석을 해놓고, 팀원들이 낸 결과물의 오류를 하나하나 지적하는 거죠. 아주 논리적으로, 반박 한 마디 못할 정도로 말입니다. 정말로 가루가 될 때까지 깝니다. “이건 생각해 봤냐, 이건 왜 누락된 채 분석이 된 거냐, 원문 가져와봐라, (계산기 및 자체 분석 후) 이거 원문에서부터 잘못된 게 있다, 그러면 결론을 신뢰할 수 있겠냐, 이걸 어떻게 보고할 수 있느냐…” 이런 식입니다. 사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어 뭐라 항변도 못합니다.

야근에 까임으로 범벅 된 보고가 끝나고 난 스스로 무력감을 느낍니다. 그리곤 속으로 팀장을 향해 말하죠. “그래 너 잘났다!” -중공업회사 근무ㆍ32세 男

평생 해바라기나 해라

윗분들이 볼 때는 그렇게 일 확실하게 하고 꼼꼼한 사람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단지 ‘해바라기’일 뿐입니다. 우리 부장님 얘기예요.

얼마 전 회사 창립기념일이었거든요. 우리 부가 행사 준비에 동원돼 부사장님 연사 준비를 하는데, 역시나 저 해바라기가 나서서 조명 위치부터 물 잔 위치, 올라가는 발의 위치, 손수건 위치, 앉는 자리, 시선처리 방향, 첫 시작 멘트, 나올 때의 표정, 동선 등 아주 깨알같이 챙기더라고요.

하지만 자기가 챙기나요. 결국 이 모든 잡무는 우리들 몫입니다. 그리고 윗사람들한테 칭찬은 저 혼자 다 받아 가지요.

근데 저 인간, 아래 사람들한테는 정반댑니다. 아예 관심이 없어요. 몇 번이나 얘기한 것도 전혀 기억을 못해요. 아니 안 하는 것 같아요. 수 차례 보고 한 것도 처음 듣는 사람처럼 행동한답니다. 항상 “나한테만 맞춰라”라면서 사람 미치게 하는 그 해바라기, 그런데 결국 이번에 승진 한답니다. 과연 어디까지 올라가나,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렵니다.

-의류회사 근무ㆍ34세 男

나만 예외 팀장님

저희 회사는 꽤 자유로운 분위기인데요, 그래서 연차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편입니다. 회의를 할 때도 신입들한테 의견을 내보라고 하죠. 뭐 솔직히 상사들 말도 안 되는 별 이상한 얘기 할 때도 많잖아요. 완전 좋았죠, 이런 개방적인 분위기. 그런데도 꼭 연차 따져가면서 권력 관계를 따르도록 은근히 압박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쿨하게 “나는 내 말만 맞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너희 의견이 더 좋을 수도 있는 게 당연. 뭐든 편하게 말해” 이러더니… 정작 “나는 항상 모든 프로젝트를 성공했다”면서 자기 의견이 언제나 맞았다는 걸 강조하고. 뭘 주장할 땐 굉장히, 굉장히 강한 어조로 “무조건 이 방향으로 해야 성공함” 이런 식입니다. 또 팀간 요청이 있을 땐 항상 절차를 지키라고 하면서 자기 뭐 할 땐 절차 X무시. 그냥 무작정 아래 사람 골라서 일을 시키곤 합니다. 결국엔 파트너끼리 협력관계 다 무너지고 무조건 비협조적으로 돌변. 급기야는 팀장들끼리 싸우고 그 눈치는 우리가 다 보고… 에혀 -정보통신 기업 근무ㆍ27세 女

그 오지랖엔 끝도 없나

오지랖 쩌는 상사가 있습니다. 회사 사람 부모가 돌아가시면 사내 부고가 뜨는데, 한 번은 실장님 한 분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겁니다. 오지랖 쩌는 제 상사가 빨리 연락 돌리라고 하여 회사에 공지를 띄웠는데 심폐 소생해서 숨이 돌아오시고;; 그 오지랖은 다시 공지를 취소하라 그러고… 근데 결국 돌아가시고… 하, 아무튼 여러 사람 곤란하고 번거로워 졌습니다.

그리고 그 오지랖은 계약서 날인하기 전에 검토 좀 해달라고 올리면 한 며칠을 그냥 묵히기만 합니다. “그거 검토되셨어요?” 물으면 “난 못 받았는데?” 합니다. 찾아서 보여주면 그저 해맑음. 마냥 해맑음… 근데 웃긴 건 검토해도 내용도 안 변합니다. 30초 읽어보고 끝. 뭐냐 이 XX. 근데 왜 시간 끄냐고. 욕은 누가 먹고… -회계사무소 근무ㆍ 31세 女

트집대마왕

얼마 전에 90년생 어린 여자 후배 A가 입사했습니다. 회사 직원이 10명밖에 안 되는데, 신입을 받은 건 꽤 오랜 만이라 나름 예쁨을 많이 받고 있죠. 근데 A가 입사한 지 일주일쯤 뒤가 월드컵이었거든요. 그게 러시아전이었나, 오전 7시였어요. 부장 주도로 “우린 아침에 구내식당에 모여서 응원하자!”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졌는데, 걔가 “근데 전 축구 안 좋아하는데요”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본인도 말하고 나서 눈치가 보였는지 아침에 택시 타고 결국 오기는 왔더라구요.

부장은 막상 잘 왔다고 반기더니 A한테 “네가 막내니까” 하면서 음식 마련부터 응원까지 하나하나 다 시켜댑니다. 그러다가 경기가 비기니까 “어제 A씨가 불길한 소리해서 그래” 라는 말을 세상에, 다음 경기까지 내내 달고 사는 겁니다. 혼자만 축구광이었던 못난 사람. 그 때 그 한마디로 A는 완전히 찍혀버려서 다이어트 한다고 하면 “그날 아침에 응원 열심히 했으면 1kg는 빠졌겠네~” 이러면서 속을 박박 긁더라고요.

-잡지사 근무ㆍ25세 女

짜증나는 기러기

요즘 공직사회는 ‘즐거운 수요일’을 도입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 만이라도 일찍 퇴근해서 가족들과 오붓한 저녁시간을 갖자는 취지지요.

하지만 우리 팀은 ‘괴로운 수요일’이 된 지 오래입니다. 귀가는 야근할 때보다도 늦어요. 팀장님은 “일찍 퇴근하니까 빠르게 2차 하고 들어가자”라면서 회식을 독려(를 위장한 강권) 하는가 하면 “수요일엔 시간 비워놔”하면서 매주 엄포를 놓죠. 술도 빨리 취해요. 그때부터 집에 가는 건 사실상 멀어졌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끼리는 팀장님을 ‘투견’이라고 부릅니다. 물고 늘어지는 수준이 투견을 능가함. 가끔 해방되는 날도 있습니다. 팀장 본인이 다른 높으신 분들과 약속을 가지실 땐데, 그냥 그렇게 넘어가면 참 좋으련만 꼭 한 마디 하시죠. “우리의 즐거운 수요일은 다음주 화요일로~” …기러기아빠라 외로운 건 알겠는데 이러다가 우리가 기러기 되겠어요 이 사람아…

-정부부처 근무ㆍ 33세 男

대체 어쩌라구

그에겐 대단한 힘이 있어요. 어떤 종류의 대화든지 뒷담화로 생산해 낼 수 있는 천부적 능력이랄까. 신입이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면 “아직 정신을 못 차려서 건방져 보여요”라면서, 밝게 웃지 않거나 인사를 안 하면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건방지게 인사를 안 해요”랍니다. 최악인 건 자기가 한 말도 기억을 못 해요. 퇴근할 때 인사하고 가면 “내일부터 하지 말고 그냥 가. 나 바쁘니까”라더니, 안 하고 가면 “어제 인사 안 하고 갔더라? 난 아주 언제 간지도 몰랐어~”라면서 꼬아댑니다. -공기업 근무ㆍ31세 女

분위기 메이커 좋아하네

슬슬 업무에 적응돼 여유가 생기던 입사 2년 차 때였습니다. 당시 팀에 35살 대리님이 한 분 계셨는데, 장난기가 다분하셔서 자칭타칭 분위기 메이커를 담당하고 계셨죠. 하루는 갑작스럽게 업무가 생겨서 급히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신 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 그런 저와 달리 대리님은 한가하셨는지 팀원들에게 슬슬 장난을 치기 시작하더라고요. 어깨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돌리면 손가락으로 볼을 찌르는 그거;; 슬금슬금 저한테도 가까워지는 걸 느꼈지만 모른 체 하면서 계속 일에만 집중했습니다. ‘이렇게 바빠 보이는데 설마 안하겠지, 설마 안하겠지’ 하고 있는데 제 뒤로 오시더군요… 평소 삐지기도 엄청 잘 삐지시는 분이라 고민했습니다. 이 장난을 받아 들여야 하나, 정녕 이것이 회사 생활인가… 결국 제 어깨엔 그의 손이 올라왔고 저는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순진무구한 표정와 목소리로 “네?” 하며 고개를 돌려 그 장난에 응해드렸습니다. 깔깔거리시는 대리님… 재미도 감동도 없는 장난에 웃어야 할 때면 정말 회사생활에 회의가 들곤 하답니다. -엔터테인먼트회사 근무ㆍ28세 男

내가 네 종이냐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장이라고 해봐야 저랑 5살 밖에 차이 나지 않는 학교 선배입니다. 그러다 보니 공과 사가 없어요. 이번에 사장님께서 결혼하고 신혼 집에 입주하셨습니다. 갑자기 주말에 집들이를 하자는 거에요. 다들 청춘남녀들이라 자기 약속도 있는데 말이죠. 그래도 결혼 이후 처음 하는 집들이니까 축하는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다들 오케이 했어요. 사장님은 “한 시까지 우리 집으로 와”라면서 친절하게 단톡방*에 주소를 찍어주시더군요. 술을 좋아하시니까 우리는 돈을 모아서 양주를 선물로 사갔죠. 그런데 집에 도착한 순간 널브러져 있는 포장이사 상자들에 화들짝… 당장 눈 앞에서 거절하긴 그랬고 결국엔 사장님 지시 하에 무슨 회사일 하듯이 이삿짐 나르고 가구 배열하고 청소까지 했습니다. 정리 끝나니까 “이사한 날은 역시 중국음식!”이라면서 탕수육하고 자장면을 시켜주는데, 무슨 상사가 아직도 학교 선배처럼 행동을 하냐고. 선물로 사간 양주를 깨버리고 싶더라니까요. *단톡방=단체 카카오톡방 -정보통신 기업 근무ㆍ 28세 男

● 채 담지 못한 상사 뒷담화들을 한 줄로 정리했습니다.

ㆍ친지 음식점 음식을 자꾸 회사에 가져와서 나눠먹자는 상사

(너나 먹으세요. 난 됐거든요)

ㆍ밥 먹을 때 꼭 일 얘기, 회사 얘기 하는 상사

(사무실에서도 그렇게 일해보시지 ㅉㅉ)

ㆍ입 냄새 나는 상사

(내가 자꾸 숨을 참으려고 하는 거 안 보이나)

ㆍ밥 빨리 먹고 먼저 일어나버리는 상사

(여기가 군대니. 그냥 혼자 드세요)

ㆍ회식 2차로 꼭 노래방 강권하고, 노래방 가서는 마이크 혼자 잡고 나와서 춤추라는 상사

(돈 줄 테니 차라리 도우미를 불러)

ㆍ이거 가져와라, 저거 가져와라 시키는 상사

(손이 없나 발이 없나. 설마 집에서도 이럴까)

ㆍ지침은 못 주고 “일단 해!” 하는 상사. 그리곤 결국 두 번 일하게 하는 상사.

(당신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거 다 티나)

ㆍ밥 먹을 때마다 아들 자랑하는 상사

(그래서 뭐 어쩌라구)

ㆍ“강하게 키워야 한다”면서 신입사원에게 마구 일 던져주는 상사

(당신들한테 신입은 한 명이지만, 신입에겐 모두가 상사랍니다)

ㆍ“우리 때엔 스카이 아니면 입사 꿈도 못 꿨는데. 그 대학에선 아마 우리회사 입사가 자네가 처음일거야”라며 학벌로 유세 떠는 상사

(자랑할 게 그것 밖에 없는 거지?)

ㆍ“나 때는 6시 칼퇴근은 상상도 못했어” 야근 압박하는 상사

(그런데 지금은 왜 제일 먼저 가시누)

이서희기자 shlee@hk.co.kr

김진욱기자 kimjinuk@hk.co.kr

김명선 인턴기자(고려대 철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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