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과ㆍ한국문화원 등이 주도
김진식 조각가 10일 제막식 가져

“영국 셰필드대학과 이 대학 한국학과에 인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장승을 보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31년째 장승을 만들고 있는 경북 영주의 김진식(52) 장승조각가가 지난 10일 영국 사우스요크셔주 셰필드대에서 ‘셰필드대장군’과 ‘셰필드여장군’ 2개의 장승을 직접 깎아 교정에 세웠다.
이 대학 영어 어학원 리처드 심슨 원장은 “작년에 제주도에 갔을 때 본 장승과 비슷한 작품을 김 조각가가 대학 교정 한가운데에 세워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며 “셰필드대학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을 더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조각가가 셰필드대학에 장승을 세운 10일은 이 대학 한국학과의 ‘한국의 날’이었다. 이 대학 교환교수로 있는 영주 동양대 황종규 교수와 한국학과 조숙연 교수가 기획하고 동아시아학과 휴고 돕슨 학과장, 주영한국문화원도 발 벗고 나서면서 장승은 탄생했다.
대학 측은 학교 기숙사 뒤에 심어진 80년생 오크나무를 장승 재료로 기꺼이 제공했다. 우리나라 참나무보다 더 단단해 작업하는데 애를 먹었다.

이 대학 조경학부에서 나무를 관리하는 50대 초반의 앨런 핸더슨 씨는 “작가가 장승을 깎는 모습을 보는 것이 아주 흥미로웠다. 특히 글씨를 쓸 때 심호흡을 하고 집중하는 작가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조각가는 “이 대학에는 중국학과와 일본학과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한국적인 멋이 풍길 수 있도록 기교와 장식을 배제하고 담백하게 제작했다”고 말했다.

김 조각가는 “한복을 입은 나와 눈이 마주치는 모든 외국인들이 미소를 보냈다.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월감을 느낄 정도로 행복했다”고 말했다.
김 조각가는 영남대 조소과에 다니던 1988년 장승을 처음 깎았으며, 죽령장승보존회장, 영주 전국장승축제조직위원장, 청양 장승문화축제 초대작가 겸 자문위원, 함양 장승축제 초대작가 등 장승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영주=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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