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여야의 '적폐-신적폐 공방'과 '과거정권 들추기 경쟁'으로 얼룩진 국회 국정감사가 끝내 파행으로 끝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주말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선임을 강행한 데 맞서 자유한국당이 국감 보이콧을 선언해서다. 한국당은 이효성 위원장이 주도한 방통위 결정이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여권의 날치기 폭거"라며 남은 국감은 물론 이후 예산심의 등 정기국회 일정까지 볼모로 잡겠다고 벼르고 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이런 발상과 행태는 리더십의 빈곤과 투쟁전략의 부재만 자인하는 꼴이다.
한국당이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언론 탄압' 이라고 규정하며 국회를 보이콧한 게 불과 한달 보름 전이다. 그래 놓고 방통위의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을 이유로 또다시 보이콧 카드를 들고 나오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방문진 보궐이사 추천권이 한국당에 있다는 주장의 논거도 약하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국회를 세워서는 '소 잡는 칼로 닭 잡는' 어리석음이다. 이 방통위원장에 대한 해임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고 보궐이사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도 내기로 하는 등의 절차를 밟기로 했으면, 국회를 세우는 습성은 버리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
정기국회의 국감 일정은 31일로 끝나지만 당장 내달 1일 대통령의 시정연설로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시작되고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및 유남석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를 열어야 하는 등 시급한 현안이 적잖다. 7일 방한하는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국회연설도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한국당은 오늘 의원총회를 열어 보이콧 지속 여부 등 후속 투쟁방안을 논의한다고 한다. 당내에서조차 "야당의 무대이자 무기인 국감을 포기하고 국회의 존재이유이자 권한인 예산심의를 거부하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고 국민의당 등 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우리는 한국당이 의총에서 바람직한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하는 동시에 민주당도 국회정상화의 책임을 느끼고 상응한 조치를 취하기를 바란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진 KBSㆍMBC 파업사태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다급한 마음만 앞서, 한국당 등의 거센 반발이 충분히 예상됐는데도 작전하듯 방문진 이사 개편을 밀어붙인 게 사실이니 말이다. 민주당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성의를 보이고, 방송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방안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야당과 대화하길 바란다. 다 갖겠다고 하면 반드시 탈이 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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