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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잘 알려지지 않은 2015년의 좋았던 일들

입력
2016.01.1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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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헤드라인으로 세계가 어떤 상태인지 판단한다면 2015년은 이슬람 테러(특히 파리에서)의 해였다. 연초 프랑스 시사 주간지 샤를리에브도 학살을 시작으로 계속된 이슬람 테러는 레바논 베이루트, 터키 앙카라 그리고 미국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의 장애인 센터 공격을 비롯해 11월 13일 일어난 파리 테러까지 이어졌다.

테러에 초점을 맞추긴 했지만 그렇게만 본다면 지난해 발생한 사건들을 잘못된 관점으로 보게 될 것이다. 2015년에 테러로 죽은 사람의 수는 프랑스나 미국보다 시리, 이라크 나이지리아 케냐가 더 많다. 10월 러시아 여객기가 이집트 시나이 사막에서 추락한 사고가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러시아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IS가 꾸민 결과라면 이 사고 하나로 죽은 사람의 수가 파리에서 일어난 두 번의 테러로 죽은 사람보다 많다.

어떤 경우든 뉴스 미디어가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세상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된다. 지난해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으로 인해 무고하게 희생당한 죽음 하나하나는 당사자에게나 가족, 친구들에게 끔찍한 비극이다. 미디어가 관심을 훨씬 덜 갖긴 하지만 교통 사고로 죽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테러는 충격적이고 난폭해서 TV 프로그램 소재로도 제격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나 방문할 도시에서 테러가 일어난다면 ‘내가 당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세계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2015년에 발생한 가장 중요한 두 사건은 모두 매우 고무적이었다. 비록 언론은 그 중 하나인 12월의 파리 국제 기후변화협약만 비중 있게 다뤘을 뿐이지만 말이다.

파리 협정 체결에 박수치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좌), 파비위스(중) 프랑스 외무장관, 올랑드(우)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파리 협정 체결에 박수치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좌), 파비위스(중) 프랑스 외무장관, 올랑드(우)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파리 협약이 지구의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막아보겠다는 목표를 성취했는지 알려면 수십 년이 지나야 할 것이다. 예측보다 훨씬 야심이 큰 목표였지만 194개의 회원국 모두 이를 받아들였다.

전문가들은 회원국들이 약속대로 모두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인다 해도 협약의 목표를 달성하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5년마다 결과를 검토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조정이 필요한지 숙고하겠다니 한 가닥 희망이 보인다.

우리는 이런 노력이 통하는지 지켜볼 것이다(아니면 2050년까지 살아 있을 수 있을 만큼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할 것이다). 하지만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총회에 실망한 이후 파리 총회에 활기를 불어넣은 협약의 기운은 우리의 기운을 끌어올릴 것이다. 파리 기후협약이 치명적인 기후 변화를 막아내려는 노력에 있어서 전환점이 된다면 2015년에 일어난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파리 협약 결과와 달리 2015년에 일어난 두 번째로 중요한 일은 명백하게 긍정적이다. 세계 인구 중 극빈층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10% 이하로 떨어졌다. 최소한 1990년부터 세계의 가난을 추적, 관찰해 온 세계은행이 평가한 것이다.

극빈층이 줄어드는 사이 일당 4달러(약 4,800원) 이상 버는 사람들인 개발도상국의 ‘노동 중산층’은 1991년 노동 인구 중 18%에서 2분의 1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개발도상 지역의 영양 결핍 인구 비율도 23.3%에서 12.9%로 가파르게 줄어들었다.

극빈층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독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사실이 인류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테러보다 훨씬 크다. 1990년에는 세계 인구의 37%인 19억 5,000만명이 극빈층이었다. 오늘날은 7억 200만명이다. 극빈층 인구 비율이 줄어들지 않았다면 지금쯤 27억명이 됐을 것이다. 다시 말해 가난이 줄어들면서 거의 20억명이 더 나은 삶을 살게 됐다.

극심한 가난에 처한 사람들은 부적절한 음식과 말라리아, 홍역, 설사 같은 질병으로 인해 죽는다. 그래서 유아 사망률 하락이 극빈층 감소를 동반했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1990년에는 매일 5세 미만 유아 3만 5,000명이 죽었다. 요즘은 1만 6,000명으로 줄었다.

그렇다. 매일 죽는 아이들의 수가 1만 6,000명이라는 건 너무 많다. 2015년이 기록상 평균 기온이 가장 높은 해였다는 사실은 기후 변화와의 싸움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해 얻은 이득을 통해 건설적인 일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적극적인 시민이 되어 우리의 지도자들이 약속한 목표 이상으로 탄소 배출 감소를 이뤄낼 수 있도록 밀어붙여야 한다. 우리가 부유한 사회에서 산다면 우리 나라가 극빈층을 줄이는 역할을 해내도록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정부가 뭘 하든 우리는 가난과 싸우는 어떤 자선 단체가 가장 효과적인지 알아내 그들에게 기부도 해야 할 것이다.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ㆍ윤리학

번역=고경석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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