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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폭력만 보고 ‘나는 아니야’ 생각… 부부싸움도 아이에겐 학대”

입력
2018.01.20 09:0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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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정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장

“좋은 부모됨 의식하고 노력해야

훗날 아이도 자신의 아이에 실천”

마미정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장은 “아동학대를 극단적 신체폭력의 이미지 속에 가두는 것이야말로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마미정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장은 “아동학대를 극단적 신체폭력의 이미지 속에 가두는 것이야말로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부모들에게 ‘아동을 학대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게 아동학대 예방책이 아닙니다. 자녀의 권리를 존중하는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인식시키고 실천하게 돕는 게 아동학대 예방의 궁극적 목표가 돼야 해요.”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의 마미정 센터장을 만나 아동학대 예방과 효과적 부모교육을 위한 정책적 과제를 물었다.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육아종합지원센터는 0~7세 취학 전 아동의 양육을 돕기 위해 전국 100곳에 센터를 운영하며 다양한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곳이다. 1995년 설립된 이래 어린이집 지원이 주업무였으나, 가정양육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관심이 고조된 2010년부터 다양한 가정양육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동학대 발생 사건의 사후처리 기관이라면, 육아종합지원센터는 부모교육, 양육상담 등 예방적 업무를 하는 기관이다.

-많은 부모가 육아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어디서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할지 잘 모른다. 지원시스템이 미비한 건가, 정책홍보가 부족한 건가.

“시스템은 해외 선진국에 견줘 뒤떨어지지 않는다. 임신ㆍ출산부터 미성년 자녀 양육에 이르기까지 정부 각 기관이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임신ㆍ출산은 종합포털 ‘아이사랑’에서, 0~7세 아동 양육은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생애주기별 어려움은 건강가정진흥센터에서 지원한다. 다만 이 지원책들이 흩어져 있다 보니 부모들 입장에서는 불편하고 답답할 수 있다. 복지로(www.bokjiro.go.kr)에서 한눈에 보는 복지정보를 검색할 수 있지만, 보다 큰 틀에서 포괄적 정책홍보가 필요하긴 하다.”

-아동학대 사건이 나올 때마다 부모교육 강화가 대책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서비스 대부분이 민간시장을 통해 이뤄지는데.

“부모교육을 통한 부모역량 강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2017년 3월 영유아보육법 제9조에 2항이 신설됐는데, 부모교육 조항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영유아의 보호자에게 영유아의 성장ㆍ양육방법, 보호자의 역할, 영유아의 인권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고 법적 근거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법에 근거, 우리 센터가 부모교육을 실시하고, 꾸준히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16년 개발된 전국 공통 부모교육 커리큘럼인 ‘클로버 부모교육’ 외에 2017년에는 자녀권리 존중 부모교육도 추가됐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너무 많은 부모가 언론에 보도되는 극단적 신체폭력만 보고 ‘나는 아니야’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양육의 과정에서 저지르는 사소한 행동들이 학대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이를 바꿔나가기 위한 실천을 지속해야 한다.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을 해서 공포감을 심어주고, 비난하는 언어로 정서적 가해를 하는 것도 아이에게는 학대라는 사실을 이해시키는데, 실제 교육을 받고 나면 ‘나도 아이를 학대하고 있었구나’ 인식하고 돌아가는 부모들이 많다. 언론에 보도되는 극단적 사건들은 이런 씨앗이 자라면서 끔찍하게 발아한 것이다.”

-왜 부모교육이 중요한가.

“부모는 누구나 될 수 있다. 그러나 부모됨을 가진 부모는 많지 않다. 부모됨을 가진 상태에서 출발하지 않고, 그냥 부모가 되는 것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부모의 시간 속에 자녀의 시간이 들어오고, 자녀의 시간 속으로 부모가 들어가는 것이다. 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부모됨의 시간과 자녀됨의 시간이 만들어지고, 아이는 훗날 자신의 아이에게 부모로부터 받은 부모됨을 실천한다. 물론 모든 부모가 100% 좋은 부모됨을 실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좋은 부모됨이 필요하다는 것을 항상 의식하고 노력한다면, 훈육이 필요할 때 아동학대로까지 치닫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동학대 사례로 판정을 받은 77.9%의 아이가 원가정으로 돌아간다. 부모의 변화가 없다면 재학대가 뻔한 상황이다. 어떻게 하면 실질적이고도 효과적으로 부모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학대 부모에게는 예방적 부모교육 외에 상담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양육의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소통할 수 있는 일상적 창구와 체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많은 부모들이 교육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낀다. 제가 학대 가해자들에게 부모교육을 하러 나갔더니 다들 화가 나 있더라. 창피하고 속상한 거다. 이분들한테는 교육보다 먼저 소통이 필요하다. 자료를 덮고 그분들에게 물었다. 부모로서 아이한테 뭘 해줬을 때 가장 자랑스러웠는지, 언제 가장 행복했는지, 그리고 아이한테 실수했을 때는 느낌이 어땠는지 질문했다. 그랬더니 다들 막 울더라. 교육보다는 자신의 상황을 들어주고 그래도 내가 조금은 노력했다는 걸 알아주고 격려하는 게 필요하다. 부모소통체계나 부모협력체계가 교육보다 더 중요하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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