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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즈벨트의 네 가지 자유

입력
2017.01.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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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1.6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4가지 자유'를 상징적으로 그린 노먼 록웰의 연작 중 '공포로부터의 자유'.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4가지 자유'를 상징적으로 그린 노먼 록웰의 연작 중 '공포로부터의 자유'.

1940년 11월 5일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한 3선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최대 과제는 유럽전쟁이 미국에 미칠 영향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이듬해 1월 6일 의회 연두교서 연설에서 그는 국방과 유럽 우방국에 대한 지원 등 참전 태세를 요구하며 “우리는 영구적인 평화가 다른 국민의 자유를 대가로 하여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세대의 희생을 요구했다. 그리고 “우리가 그 희생을 통해 확고하게 다져나갈 미래는 네 가지의 본질적이고 인간적인 자유에 기초를 둔 세계일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건강하고 평화로운 삶을 위한 결핍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공포로부터의 자유였다.

처음 둘이 미국 수정헌법을 환기하는 것이었다면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는 첫 임기 때부터 그가 주력해온 ‘뉴딜정책’과 사회보장제도 등을 의미했고, 네 번째는 당면 과제인 전쟁으로부터의 자유였다. 진주만 공습(41년 12월 7일) 꼭 1년 전이었다.

그의 비전은 실현되지 않았다. 미국은 그의 사후 미증유의 적색공포에 휩싸여 근 한 세대의 희생을 치르게 했고, 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지로 확산돼 냉전의 참담한 파장을 낳았다.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는 신자유주의의 자본의 자유와 부의 편중 속에 거의 질식할 지경으로 21세기를 맞이했다.

특히 그가 미래의 인류로부터 떼어놓고자 했던 ‘공포’는, 그가 섬세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전쟁에서만 비롯되는 건 아니었다. 인류는 오히려 저 네 개의 자유를 언제 박탈당할지 모른다는 근원적인 공포 속에 상시 머물러 있다고 해야 할지 모른다. 그것들은 각기 다른 자유가 아니라 공포로부터 해방돼야 할 하나의 이상이기도 했다.

미국의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노먼 록웰이 루즈벨트의 네 가지 자유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 중 네 번째 ‘공포로부터의 자유’는 아이들의 잠자리를 살피는 부모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 그림 속 평화는 아이들의 선잠처럼 그때도 지금도 위태롭다.

다행히 루즈벨트는 웬만한 국가 수반보다 유명했던 자신의 퍼스트 도그(First Dog) ‘팔라(Falaㆍ스코티시 테리어종)’와 산책 도중 뇌출혈로 쓰러져 45년 4월 12일 숨졌다. 그는 승전을 보지 못했지만 더 어두워진 세상도 보지 않았고, 사랑한 개의 곁에서 큰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행운도 누렸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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