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티킥 순간 골키퍼들의 방향
右 57% 左 41%… 중앙은 2%뿐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면 과거의 통계를 참조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축구 경기에서 페널티 킥을 할 때 골키퍼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는 경우는 57%, 왼쪽으로 날리는 경우는 41%였다. 중앙에 머무는 경우는 2%에 불과했다. 이 통계대로라면 공을 차는 선수는 가운데로 공을 차야 성공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실제 페널티 킥의 83%는 여전히 골대 구석으로 날아간다.
만약 일반적인 경제학이나 합리적 선택 이론을 바탕에 둔 자기계발서라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고 “선수들이 공을 중앙으로 차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괴짜경제학’에서 통계를 활용해 사람들의 일상적인 편견을 깨트렸던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다. 이들은 선수들이 왜 여전히 골대 구석으로 공을 차는지 분석한다. 가운데로 공을 찼다가 골키퍼가 그 자리에서 공을 받는다면 공을 찬 선수가 더욱 어리석어 보이고 평판도 크게 훼손된다. 선수 입장에서는 실패하더라도 구석으로 차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실패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합리적 통계를 벗어난 편견을 깨뜨리고 문제의 본질에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 호리호리한 체격의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고바야시 다케루가 핫도그 빨리 먹기 대회에서 우승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오로지 ‘핫도그를 빨리 먹는다’는 본질에 천착한 덕분이다. 핫도그를 먹는 구태의연한 방법을 버리고, 핫도그를 반으로 잘라 빵과 소시지를 분리해 먹는 방법으로 우승했다. 페널티 킥을 가운데로 차지 않는 선수들 역시 타인의 시선과 구태에 사로잡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논지가 아무리 통계적으로 옳다고 해도 실제 삶에서 비합리적 사고를 하는 이들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주장이 아무리 타당해도 결정권은 주장의 소비자에게 있다”는 주장에서 출발해야 입장이 다른 이들을 설득할 수 있다. 즉 그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고 존중하되, 그가 보지 못하는 이면을 부드럽게 제시해야 한다. 저자들은 자기 주장이 완전무결함을 내세우기보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제 사례를 스토리텔링 형태로 제시하는 것이 설득에 더 도움이 된다고도 말한다.
이 책 자체가 괴짜처럼 생각해서 성공한 사례들의 모음집으로 스토리텔링의 좋은 예다. 책의 마지막 사례는 바로 저자들 자신이다. 무거운 경제학의 전통을 포기했기에 ‘괴짜경제학’이란 베스트셀러를 써낼 수 있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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