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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김상곤 교육부 장관 구하기

입력
2017.07.1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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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학원가에서 학부모 상담을 할 때 경험으로 터득한 것이 있다. 상담자의 역량 이상으로 내담자의 태도가 상담효과를 좌우한다는 사실이다. 흔히 했던 상담, 바로 노력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경우를 보면 공통적으로 학생이 학교 수업 시간을 낭비하고 사교육으로 대체하고 있었다. 결국 필요한 공부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장시간 공부노동에 시달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공부의 질이 떨어져 다시 공부시간을 늘려야 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경우를 흔히 보는데 그런 근본적 원인 진단에 대부분의 부모들이 동의하지 않는다. 학창시절, 학교에서 제대로 배워본 경험이 없는 과거의 학생, 지금의 학부모는 학교 수업시간 낭비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어렵다. 자신들도 그랬기 때문이리라. 더 효과적인 사교육을 찾으려는 상담의도를 바꾸기에는 학교 수업에 대한 불신이 너무 강하다.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교육전문가라고 했던가. 다들 자신의 짧은 경험으로 한마디씩 하는데 보통은 부정적 의견이 많다. 특목고, 자사고 폐지 문제만 해도 그렇다. 특권 교육을 폐지하고 모든 학생에게 차별 없는 학교 환경을 제공하자는 취지는 실현 불가능한 진보진영의 이념논리처럼 들리고 하향평준화라는 반대 논리에 쉽게 수긍하게 되는 것도 과거 경험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경험한 고등학교 시절의 교실 풍경이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것 같다.

학생부 교과와 수능 성적을 절대평가로 바꾸자는 정책도 반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단지 줄 세우기에만 편리한 성적의 영향력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대신 진정한 배움과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수업과 평가를 혁신하자는 교육적 취지는 희망보다는 혼란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 주입식 교육, 객관식 문제풀이, 성적에 따른 온갖 차별만을 경험한 사람에게 창의성을 기르고 학생들이 참여하고 협력하는 수업과 그에 합당한 평가는 공정성을 해치는 무모한 시도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경기도 교육감 시절 추진한 혁신학교를 전혀 경험하지 못하고 역대 정권의 무책임한 교육정책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은 이해찬 전 장관을 연상하는 것 같다.

경청보다는 주장, 대화보다는 대결이 난무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시련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학부모를 설득 대상으로 삼으려는 태도를 경계한다. 학부모 여론을 정책 추진의 변수 정도로 생각하면 분명 더 큰 어려움에 빠질 것이다. 교육 적폐 진영의 수구논리가 여론을 장악하는 핵심고리가 대한민국 학부모의 오랜 경험, 바로 공교육 불신이라는 점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학부모 집단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이루기 위한 노력 자체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아 마땅하다. 자문위원회나 공청회 같은 요식행위는 집어치우고 비록 개인 경험이라도 경청하고 수렴하기 위한 노력의 진정성을 인정받아 공교육에 대한 부정적 집단경험과 감정에 균열을 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새 정부의 교육정책은 혼란과 불안이 아니라 희망과 대안으로 국민들의 마음에 자리 잡을 것이다.

자기 경험에 갇혀 공교육이 중요하다는 상담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고집불통 부모에게 최후통첩을 한다. “부모 당신의 생각이 아니라 아이에게 필요하고 유리한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은 당신 몫입니다.”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마음에 안 들고 개인적으로는 피해를 보더라도 믿고 싶다. 그리고 나의 믿음이 배신당하지 않도록 나만이라도 불신과 혼란을 불러오는 이야기는 외면하고, 사교육보다는 공교육을 믿기 위해 노력하련다. 또 속더라도 믿어보자는 마음으로 지지하지 않으면 도대체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정책도 중요하지만 국민으로서 내 몫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싶다.

박재원 학부모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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