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조건 없는 퇴진을 선언할 때까지 국민과 함께 전국적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거국중립내각 구성과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요구해 온 문 전 대표가 처음으로 퇴진 요구를 공식화한 셈이다. 지난 14일 추미애 대표가 박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제안했다가 철회한 뒤 민주당이 대통령 퇴진을 당론으로 채택한 데 가세한 것이기도 하다. 정당이나 대권주자는 민심을 보듬어야 하지만 광장정치 이상의 정치 비전까지 보여 줘야 한다는 점에서 장외투쟁을 선언한 제1야당의 모습은 아쉬움도 없지 않다. 지금의 국정마비를 극복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로 국정운영 능력을 상실한 박 대통령은 조만간 피의자나 다름없는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이후 거취 문제를 분명히 밝혀야 할 입장이다. ‘선의’라는 말로 포장했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완전한 2선 후퇴나 하야, 탄핵 등의 선택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민주당이나 대권주자들이 앞장서서 모색해야 할 것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권력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울 향후 정국 구상이다. 민심의 분노를 정치에 담아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의회주의 주체로서의 책임을 감안하지 않으면 안된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일문일답에서 대통령의 퇴진 선언 이후 과도내각 구상을 얘기했지만 야3당은 지금이라도 과도내각이든, 거국내각이든 방법과 시기에 대해 각각인 의견을 조율하고, 자중지란에 빠진 여당을 견인해 나아가 마땅하다. 당과 정파, 대권주자마다 중구난방으로 정국 해법을 내놓는 시기는 지났으며, 이제는 의견을 수렴해 나아가야 할 때다.
마찬가지로 추 대표가 박 대통령과의 단독회동을 추진한 것도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지만, 당내 반발에 밀려 성사된 회동 약속을 철회한 것 역시 판단력과 지도력 등 제1야당 대표로서의 자질을 의심스럽게 했다. 퇴진이든 탄핵이든 수순을 밟는 데도 명분을 쌓아 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저 외곽에서 퇴진 목소리를 보탤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박 대통령과 여야 교섭단체 대표와의 회동이 적절한 시기에 이뤄지는 게 낫다.
야당 지도부나 대선 주자들이 정국 연착륙을 위한 세심한 전략을 다듬어 내지 못한다면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와 박 대통령에 분노하고 낙담한 국민 마음이 갈 데가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