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도어 관리업체 은성 PSD에 사무ㆍ역무직 출신들 ‘낙하산’으로
정비와 무관…2주 교육이 전부
4차례 인명사고 부른 스크린도어 지켜야 할 안전인증 의무도 없어
“스크린도어, 정부 차원 안전 기준 마련돼야”
서울 지하철 스크린도어(안전문) 정비업체 직원 김모(19)군 사망 사고와 관련해 안전문 유지ㆍ보수 외주업체 은성PSD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전체 고용 인력 중 4분의 1 이상이 스크린도어 정비 경력이 없는 서울메트로의 사무직과 역무직 퇴직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메트로가 비용 절감을 앞세워 이들의 자리 보전에 앞장 선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일보가 1일 서울시의회 이정훈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 등에 따르면 지하철 1~4호선 전철역 121곳 중 97곳의 안전문을 관리하는 은성PSD는 서울메트로 전출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우선 배치할 것을 전제로 2011년 서울메트로와 계약했다. 특히 서울메트로와 은성PSD가 2011년 맺은 ‘PSD유지관리 외부위탁 협약서’에는 이들의 임금에 서울메트로의 임금상승률을 반영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6조 3항은 2011년 12월 1일,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스크린도어 정비ㆍ관리 용역비로 210억원(월 5억8,000만원)을 지불하기로 계약하면서 서울메트로 전출 직원의 변동으로 변경이 발생될 경우 변경된 단가를 적용하고, 이 직원들의 경우 서울메트로 연 임금상승률 등을 반영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또 양 기관이 맺은 부대약정서 1조 1항은 서울메트로 출신 직원에 대해 퇴직 전 임금의 60∼80%를 서울메트로 잔여 정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3항에는 이들의 후생복지를 서울메트로와 동일한 수준으로 보장하라는 내용도 있다.
현재 은성PSD에 재직 중인 서울메트로 퇴직자는 은성PSD의 대표를 포함해 36명으로, 이 중 서울메트로 은퇴 연령(만 60세)을 넘긴 1955년생이 20명이나 된다. 이들은 은성PSD에서 2017년 12월까지 고용이 보장돼 있다. 2019년 6월이 퇴직 예정일인 1956년생도 6명이나 된다.
이정훈 시의원은 “서울메트로 출신 직원 대부분이 사무ㆍ역무 인력으로, 정비 관련해서는 단 2주 간 직무교육을 받은 게 전부”라며 “기술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2인1조 근무 수칙을 어기고 스스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서울메트로가 경영효율화 미명 하에 안전문 관리 분야를 외주화했는데 정작 이들 전출 직원의 인건비가 전체 용역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기술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2인1조 근무 수칙을 어기고 스스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현재 은성PSD에서 무선설비, 산업안전, 전기ㆍ전자 등 기술자격증을 보유한 직원은 41%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구의역 안전문 사망 사고의 재발 대책으로 내놓은 은성PSD의 자회사 전환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근본적으로 인력 충원과 고용형태의 변화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서울시는 1일 이번 사고 책임을 물어 신용목 도시교통본부장을 경질하고, 윤준병 은평구 부구청장을 2일자로 신임 본부장에 임명했다. 윤 본부장은 앞선 도시교통본부장 재임시절(2012~2014년) 지하철 9호선 민자사업자의 일방적 요금인상과 고금리 투자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버스 준공영제를 보완하는 등 교통분야 혁신을 이끈 인물이다.
한편 2013년 지하철 2호선 성수역과 2014년 1호선 독산역, 지난해 2호선 강남역과 이번 구의역까지 최근 3년 새 스크린도어 관련 사망 사고가 네 차례나 발생한 것과 관련해 안전문에 대한 구체적인 안전 인증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전을 위해 설치한 스크린도어가 오히려 잦은 오작동을 넘어 치명적인 인명 사고를 야기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임수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서울 지하철 1~9호선 스크린도어 고장 및 장애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8,227차례 스크린도어가 고장났다. 이 같은 잦은 고장의 원인은 스크린도어가 현행법상 안전시설이 아닌 건축 기계구조물로 분류돼 국제 안전 인증 의무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다수 국가에서 안전문 설치 때 국제안전규격(SIL)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제작 후 문 열고 닫음 100만회 기준’(KRS 한국철도표준기준)만 통과하면 된다.
이정훈 시의원은 “스크린도어는 고장이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구조물이지만 일반 장치물로 분류돼 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경전철 사업 추진 등으로 스크린도어 설치율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루빨리 법률 개정 등을 통한 중앙정부 차원의 안전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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