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7 리콜 사태 등 후폭풍
소비 하락폭 5년7개월來 최대
생산ㆍ투자도 마이너스로 뒷걸음
자동차 개소세 인하 등 이미 소진
국정 컨트롤 타워 기능 마비로
새로운 반등 카드 기대도 어려워
생산, 투자, 그리고 소비까지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3대 지표가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소비는 5년 7개월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대내외 여건 악화, 주요 기업 실적 추락 등 악재들이 켜켜이 쌓인 상황에서 이대로 가면 한국 경제가 진짜 심각한 위기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정국을 뒤흔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정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경기를 되살릴 마땅한 대책을 당분간은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31일 통계청이 내놓은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전(全)산업생산이 서비스업, 건설업 등의 부진으로 전월 대비 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산업생산이 감소세로 전환한 것은 지난 4월(-0.7%) 이후 5개월 만으로, 올 1월(-1.4%)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한진해운 등 물류사태로 운수가 3.1%나 감소한 영향으로 전체 서비스업생산이 0.6% 뒷걸음쳤으며 지난 5월(4.9%)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던 건설업생산 역시 9월에는 4.7% 감소했다. 그나마 광공업생산이 자동차(5.7%), 전자부품(4.6%)에서의 호조를 등에 입고 0.3% 증가했지만, 전체 생산의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업들이 몸을 움츠리면서 투자도 얼어붙었다. 설비투자는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2.6%)와 조선업 부진에 따른 선박 등 운송장비(-0.9%) 투자가 부진하면서 전달보다 2.1% 감소했다. 이미 이뤄진 공사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은 건축과 토목 공사실적이 모두 줄면서 전달보다 4.7% 감소,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소비 부진이다.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의 감소폭은 4.5%로 2011년 2월(-5.5%) 이후 가장 큰 폭이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5.1%), 가전제품을 포함한 내구재(-6.1%), 의복과 같은 준내구재(-0.6%)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소비가 뒷걸음질쳤다. 특히 갤럭시노트7 사태 여파로 통신기기 및 컴퓨터 판매(-11.6%)가 크게 부진했으며 폭염으로 8월에 급증했던 에어컨 판매가 다시 제자리를 찾으면서 9월 가전제품 판매(-12.6%)가 크게 줄었다. 정부는 “각종 속보 지표 등을 볼 때 10월 소비는 9월에 비해 반등할 것”이라고 했지만, 10월에 청탁방지법(일명 김영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는 점에서 낙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실물경기 지표가 이처럼 내리막길을 걷고 있음에도, 정부가 뚜렷한 해법을 내놓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세금 혜택이나 재정보강 대책은 이미 대부분 소진했다. 더욱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정부와 여당의 리더십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경제정책 조율기능이 사실상 마비 국면에 접어든 상태에서 새로운 반등 카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정책적 추진력을 거의 상실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추가적인 하락과 경기 부진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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