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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까지 달리려면 당연히 출발은 한라에서"

입력
2015.11.0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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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역전 경주대회 D-14

제주 육상팀
제주 육상팀

제주도는 명실공히 ‘달리기’ 명소다. 1년에 제주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만 10여 개다. 특히 육지에 비해 겨울이 더디 오는 11월의 제주는 달리기에 더 없는 안성맞춤 코스를 구비하고 있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천혜의 자연환경을 벗삼아 달릴 수 있는 곳이 바로 제주다.

하지만 그 동안 부산~서울대역전경주대회(경부역전마라톤)에서 제주는 줄곧 소외돼 왔다. 대회가 지난해 ‘환갑 잔치’를 할 때까지 출발선은 늘 바다 건너 부산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제주도가 출발선이 됐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올해부터 대회 이름을 ‘한반도 통일 대역전경주대회: 한라에서 백두까지’로 바꾸고 대회 첫날인 17일 제주도청에서 출발 총성을 울리기 때문이다.

제주 육상인들 사이에서도 한반도 대역전 경주대회가 국토를 종단하는 유일한 마라톤 대회인 만큼 제주도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뜻을 품었다. 김호(41) 제주육상경기연맹 전무이사는 “대한민국 최남단은 제주도 아닌가. 언젠가는 코스가 북녘까지 이어질 지도 모르는데 그 때를 위해서라도 출발지는 제주도가 되는 게 대회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올해 한반도 대역전 경주대회를 사상 처음으로 유치하면서 제주도 육상의 저변도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제주도는 1997년까지만 해도 ‘도일주 역전경주대회’라는 이름으로 제주도를 일주하는 마라톤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에는 제주도 읍ㆍ면 대표 선수들만 출전해도 제주도를 릴레이로 한 바퀴를 도는 데 문제가 없을 만큼 선수 수급이 원활했다. 하지만 도내 육상팀이 점점 줄어들면서 대회가 명맥을 잇지 못했다. 따라서 한반도 대역전 경주대회는 사그라진 역전마라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반도 대역전 경주대회 참가로 다시 중ㆍ장거리 육상을 뛸 선수층이 두터워지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회에 출전하다 보면 자연스레 중ㆍ장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선수 수급 환경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1990년대 초반 경부역전마라톤에서 뛴 추억이 있다는 김 이사는 “90년대만 해도 중ㆍ장거리에 강한 선수들이 단거리 선수로 전향해 중ㆍ장거리와 단거리 선수들의 수준이 함께 높아지는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면서 “이번 대회 유치로 중ㆍ장거리 종목이 살아나면 단거리 종목도 같이 살아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선수는 권재우(24ㆍ제주시청)다. 그는 올해 강릉에서 열린 제96회 전국체육대회에서도 3,000m 장애물 종목에서 9분8초53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코스는 제주도청을 출발해 도련 2동-함덕리-조천리-거로마을-제주도청을 거치는 코스가 총 38.8㎞다. 대부분의 구간이 왕복 6차선 도로로 큰 교통 혼잡 없이 코스를 확보할 수 있고, 제주의 상징인 한라산을 조망하기 좋은 코스다. 해안 지역이라서 코스도 완만한 편이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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