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바일 OS 80% 점령 '경쟁사 앱 내려받기' 방해 공작
온라인 쇼핑 까다로운 절차 고수, 알리바바 등 해외업체만 화색
“구글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영업하는 국가에서 해당 국가의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
관련 법에 따라 정상적인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과 달라질 상황은 없다고 했다. 지난 10월말 국정감사장에서 성토했던 구글의 법인세 면제와 관련, 구글코리아 관계자에게서 돌아온 답변이다.
“구글플레이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면제되는 구글의 법인세 면제는 따져봐야 한다”며 국정감사장을 뜨겁게 달궜던 탈세 문제에 대해 구글측은 오히려 걸릴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고정사업장(인적ㆍ물적 설비 포함)이 해외에 있는 사업자나 업체에게는 소득세 또는 법인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국내 법인세법의 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국내에서의 영업으로 매출을 가져가면서도 세금은 내지 않아도 되는 특혜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우월적 점유율을 앞세운 외국계 IT 기업에는 국내 기업에 비해 허술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어, 가뜩이나 열세에 놓인 토종 IT 기업들의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다.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역차별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나라 인터넷 주권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이 같은 사정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중인 해외 IT 기업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에게만 적용되는 느슨한 규제를 파고드는 다국적 IT 기업들에 맞서는 국내 업체들은 더 복잡하고 강력한 규제에 발목이 묶여 안방을 속절없이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런 역차별로 이미 일반 이용자들에게 그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 피해 분야도 다양하다. 실제로 모바일 인터넷에서 온라인 쇼핑 등을 비롯한 한국 인터넷 생태계가 해외 기업들에 의해 황폐화되고 있다.
모바일 인터넷에서 구글은 ‘슈퍼 갑’
외국계 IT 기업들의 횡포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세계 모바일 운용체제(OS)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 구글의 독단적인 서비스 운영은 악명이 높다. 구글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자사 앱스토어인 구글플레이에서 자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네이버 앱스토어’를 내려 받으려 할 경우 ‘알 수 없는 출처’나 ‘모든 책임을 진다는 것에 동의’ 등의 경고 문구를 노출시켜 경쟁사 앱스토어 배포를 방해하고 있다.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올 가을 국정감사에서 “구글 등 해외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자사 앱 마켓 사용을 강제하고 있다”며 불공정거래 행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세금 문제는 더 큰 골치거리다. 서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법인세가 가장 낮은 아일랜드에 두면서 관련 법을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는 구글의 연간 국내 매출은 3,800억~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금을 낼 의무가 없다. 더구나 구글은 유한회사로 등록, 공시의무나 외부감사 대상에서 제외돼 정확한 매출이나 소득파악도 쉽지 않다.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이 올해 국감에서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업들의 세원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법인세 등과 관련된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고 밝힌 이유도 이 때문이다.
건전한 인터넷환경 훼손도 대부분 해외 IT 기업들이 연관돼 있다.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관리 당국의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구글이나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은 대부분 음란성 키워드에 대한 성인인증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다. 소위 ‘19금’ 영상도 이들 사이트에선 성인인증절차 없이 볼 수 있고 성인인증을 거칠 경우엔 포르노 등 각종 불법 콘텐츠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초등학생을 둔 한 학부모는 “부모들이 봐도 낯 뜨거운 음란물을 아직 아들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볼까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지방경찰청은 최근 1년 동안 SNS나 동영상 사이트에 아동 음란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사례를 조사해 117명을 검거한 결과, 이 중 절반 이상이 미성년자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IT 쇄국정책에 온라인 쇼핑도 해외 업체 독무대
국내 전자상거래분야는 해외 업체들의 공세에다 보수적인 IT 쇄국정책에 막혀 고전 중이다. 올 3월 규제개혁 끝장토론과 7월 열렸던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복잡한 인터넷 환경으로 인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외국인들이 ‘천송이 코트’를 구입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영향으로 국내 온라인쇼핑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다소 개선됐지만, 해외 기업들의 국내 인터넷 시장 공략은 더 거세졌다. 관계당국이 엑티브X 설치나 공인인증서 요구 등을 비롯한 까다로운 절차를 고수한 반면,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 속속 진입하면서 사세를 확장했던 영향이 컸다. 2001년 옥션을 인수하면서 국내 시장에 진출한 미국의 다국적 전자상거래기업 이베이는 2009년엔 시장 1위 업체인 지마켓을 4,688억원에 흡수해 단숨에 국내 시장을 장악했다.
최근 들어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과 관련,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중국 IT 업계 다크호스로 성장한 텐센트는 하나금융그룹과 사업 제휴를 추진 중인 가운데 다양한 분야에서 금융사업 협력 모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의 결제 서비스인 ‘텐페이’는 자국 내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19%에 달하는 점유율을 확보할 만큼 탄탄한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 IT 공룡기업인 알리바바가 이미 국내 400여개의 쇼핑몰 사이트와 제휴한 점을 감안할 때, 국내 모바일 결제시장은 향후 중국 기업들의 독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IT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이제라도 규제 위주의 현행 관련법을 대폭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규제 일변도의 인터넷 정책은 표현의 자유와 산업 생태계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 등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현행 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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