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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판 '쇼생크 탈출'은 새드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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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판 '쇼생크 탈출'은 새드엔딩

입력
2015.06.2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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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그림선물 교도소직원 2명 꾀어

전동공구 등 반입 영화 같은 탈출

車 약속한 여직원 막판 겁먹고 배신

캐나다 못가고 인근 숲으로 달아나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클린턴 교도소를 탈옥했던 살인범 출신 리처드 맷(48·왼쪽사진)과 데이비드 스웨트(34). 뉴욕=AFP 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클린턴 교도소를 탈옥했던 살인범 출신 리처드 맷(48·왼쪽사진)과 데이비드 스웨트(34). 뉴욕=AFP 연합뉴스

영화 ‘쇼생크 탈출’을 연상케 했던 미국 뉴욕주 탈옥 사건이 26일 한 명이 사살된 데 이어 28일 나머지 한 명의 탈옥수가 총상을 입고 체포되면서 22일만에 마무리됐다. 미국 언론은 영화와 달리 실패로 끝났지만, 탈옥 기획부터 체포 등 전 과정이 영화보다 더 극적이라고 평가했다.

거짓 사랑과 미술 작품으로 교도소 탈출

두 명의 살인범 출신 재소자 데이비드 스웨트(34)와 리처드 맷(48)이 보안시설이 엄격한 뉴욕주 댄모라의 클린턴 교도소를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랑과 미술품에 본분을 망각한 교도소 직원 때문이었다.

상대방이 누군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두 명의 탈옥수 중 한 명과 성관계까지 맺은 것으로 알려진 교도소 여직원 조이스 미첼(51)은 전동공구와 쇠톱날 등을 햄버거 고기 안에 담아 교도소 내로 반입했다. 남성 교도관 진 팔머(57)을 이를 감방으로 배달했는데, 팔머는 그림에 소질이 있는 맷으로부터 여러 차례 그림 선물을 받았다.

맷과 스웨트는 전동 공구로 구멍을 낸 하수관으로 기어 들어가 교도소 밖 맨홀을 통해 달아났다. 침대 속에는 옷가지로 자는 것처럼 꾸며 교도관들의 야간 점검을 피했다. 하수구에는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인사와 스마일리 그림을 그린 쪽지를 남기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뜻하지 않은 배신, 필사의 탈주

맨홀을 벗어난 직후 탈옥수 들은 성공을 자신했다. 그러나 곧 계획을 바꿔야 했다. 탈출용 공구까지 제공했던 미첼이 겁에 질려 도주용 차를 갖고 나타나지 않았다. 미첼의 차로 87번 고속도로를 통해 70㎞를 달려 1시간 만에 캐나다로 숨어 든다는 계획을 포기하고, 둘은 수풀이 우거진 산속으로 뛰어 들었다.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두 탈옥수는 험준한 산속 탈주에도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 경찰의 수색 과정에서 스웨트 유전자가 발견된 후추 통이 발견된 게 대표적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는 1967년 개봉한 영화 ‘폭력탈옥’에서 주인공 폴 뉴먼이 냄새가 진한 후추를 뿌려 경찰견의 수색을 방해했던 것과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독충과 모기가 우글대는 숲에서 오래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이들은 비교적 건강한 상태로 20일을 버텼다. 탈주 내내 함께 생활한 것으로 추정되는 두 탈옥수는 우거진 나무와 굴곡진 지형 때문에 방향을 잡지 못하자 송전선로를 따라 걸은 것으로 추정된다. 도주경로가 캐나다 방향 북쪽 대신 서쪽인 것도 이 때문이다. 사살된 맷의 시신은 다리의 물집과 벌레 물린 상처, 찰과상 등 제외하면 비교적 깨끗한 편이었다.

미국 뉴욕주 클린턴 교도소를 탈옥한 데이비드 스웨트(34·살인)가 탈옥 22일 만인 28일(현지 시간) 오후 캐나다 국경에서 불과 3km 떨어진 곳에서 총알 두 발을 맞고 경찰에 붙잡혀 있다. 콘스터블=AP 연합뉴스
미국 뉴욕주 클린턴 교도소를 탈옥한 데이비드 스웨트(34·살인)가 탈옥 22일 만인 28일(현지 시간) 오후 캐나다 국경에서 불과 3km 떨어진 곳에서 총알 두 발을 맞고 경찰에 붙잡혀 있다. 콘스터블=AP 연합뉴스

캐나다 국경 3㎞앞두고 체포

탈옥수들의 행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먼저 맷은 26일 캠핑용 차량에 총을 쐈다가 운전자 신고로 경찰 추적을 받기 시작했다. 은신처이던 한 오두막 주변에서 포위된 그는 투항을 거부하다가 머리에 총을 맞고 숨졌다. 스웨트는 28일 오후 3시20분께 교도소에서 북서쪽으로 50㎞, 캐나다 국경과는 3㎞ 떨어진 콘스터블 타운에서 경찰 심문에 걸렸다. 비무장 상태였던 스웨트는 심문에 불응하고 도주하다가 몸통에 두 발의 총탄을 맞고 붙잡혔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즉시 기자회견을 열어 “악몽이 드디어 끝났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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