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 미국 금리인상 전망 따라 급등락
하루 10원 이상 변동 10월에만 5일
신흥국 중에서도 변동성 커… 투자 위축 등 우려
원ㆍ달러 환율이 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G2)이라는 강력한 외부 변수에 휘둘리며 큰 폭의 오르내림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 경기 상황, 미국 금리 인상 신호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하루에 10원 넘게 급등락하는 등 8월 이후 환율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양상이다.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 환율 변동성은 가뜩이나 부진한 한국 경제에 또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중국ㆍ미국에 차례로 휘둘린 원화 환율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3원 오른(원화 가치 하락) 1,157.2원으로 마감됐다. 일일 환율 상승폭으론 올 들어 두 번째로 높고, 상승 및 하락을 통튼 변동폭으론 네 번째로 높다. 지난 주말 발표된 10월 미국 신규취업자(비농업부문) 수가 시장 예상치(18만5,000만명)를 크게 웃도는 27만1,000명을 기록, 연내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한층 강화되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까닭이다. 임채수 KR선물 연구원은 "미국 고용지표 호조와 중국 무역수지 악화(10월 수출 전년동월 대비 6.9% 하락) 등 달러 강세 요소가 맞물리며 원·달러 환율이 주중 1,160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25일 고점(1,192.5원)에서 지난달 19일(1,121.0원) 저점까지 불과 13거래일 만에 70원 넘는 낙폭을 보이며 급강하(원화 강세)했다. 연준이 시장 기대와 달리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 미국 금리인상 연기론이 급부상하고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며 원화가 달러화에 비해 강세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후 중국 3분기 성장률 7% 하회(10월19일), 12월 금리 인상을 강력 시사한 10월 FOMC 회의(28일)로 환율 급락세에 제동이 걸리며 다시 현재의 반등세로 돌아섰다.
미국 금리인상 기대 변화에 앞서 원화 환율을 좌지우지한 것은 중국 경기 불안이었다. 전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8월11~12일)가 그 기점으로, 원·달러 환율은 올 들어 최대 상승폭(11일 15.9원)을 기록한 지 이틀 만에 최대 하락폭(13일 16.9원)을 보이며 냉온탕을 오갔다. 한국 경제의 높은 중국 의존도가 통화가치 급락의 악재가 된 것이다. 이후 원화 환율은 중국 실물경기 및 증시 상황에 일희일비하며 브이(V)자 계곡을 연신 그리다가 급기야 5년 만에 1,200원선을 뚫고 올라가며 초약세(9월7일 1,203.7원)를 보였다. 이 시기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29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보이는 등 급격한 자본유출도 동반됐다.
인도네시아ㆍ아르헨보다 환율 변동성 커
원화 환율은 8~9월엔 중국, 9월 하순 이후엔 미국 상황에 강한 영향을 받으며 지난 몇 년 간 유례를 찾기 힘든 급격한 변동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의 일일변동폭이 10원을 넘었던 일수를 집계해보면 1분기 10일, 2분기 4일에서 3분기 14일로 늘어났고 4분기엔 첫 달인 10월에만 5일에 달한다. 7월까지 월평균 5~6원 수준이던 일중 변동폭(하루 거래가 중 최고가와 최저가의 차이) 역시 8월 8.64원, 9월 7.67원, 10월 7.24원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8월11일엔 변동폭이 무려 24.8원에 달했다.
물론 미국 금리인상 및 중국 경기 둔화라는 ‘G2 변수’에 따른 극심한 환율 변동은 우리나라만이 아닌 신흥국 전반의 문제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느 신흥국보다 건실하다”는 대내외 평가가 무색하게 원화 환율 변동성은 다른 신흥국 통화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의 신흥국 회원 10개국의 3분기 환율 일일변동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0.51)은 브라질(1.24), 러시아(1.09), 남아공(0.63) 등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위기국보다는 변동성이 낮지만 인도네시아(0.36), 인도(0.28), 중국(0.11), 아르헨티나(0.10)와 비교해선 크게 높았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중국의 주요 교역국이자 수출경합국이라 중국 경기둔화 및 위안화 절하의 영향이 다른 나라보다 클 수밖에 없다”며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도 통화가치 상승 국면에서 그 폭을 더욱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가 올해 환율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당국의 환율 변동 대처 여지를 좁혔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 연구위원은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미래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져 투자가 위축되고 환위험 관리비용이 가격에 전가되며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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