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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충격의 중학 폭발, 부적응생 학교ㆍ사회 전체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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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충격의 중학 폭발, 부적응생 학교ㆍ사회 전체의 문제

입력
2015.09.0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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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중학교 빈 교실에서 이 학교에서 전학 간 중학교 3학년 이모군이 부탄가스통을 폭발시켜 건물 일부가 파손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폭발 당시 해당 학급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받고 있었길래 망정이지, 하마터면 끔찍한 참극이 벌어질 뻔 했다. 이군은 부탄가스를 폭발시킨 뒤 범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찍어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려 충격을 주었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온갖 문제가 응축된 것으로 보인다. 이군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여러 학교를 옮겨 다녔다. 이군은 범행 전 다니던 학교 상담과정에서 “사람을 찔러 죽이고 싶다”“테러를 저지르고 싶다”고 말하는 등 이상징후를 보여왔다고 한다. 학교에 대한 피해 의식과 적개심을 노출해왔으나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부모에게 알리고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낸 게 고작이었다.

공교육이 성적 올리기와 입시에만 매달리는 현실에서 학업 부적응 학생들은 사실상 방치돼있다. 매년 학업 부적응이나 탈선과 비행 등으로 학교를 떠나는 학생이 수만 명에 이른다. 정규 교육체제에서 부적응 학생들을 품어주지 못하고 사회에서도 중도탈락 학생들을 연계할 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은 실정이다. 결국 상당수 학생은 각종 범죄의 유혹에 빠져든다. 급기야는 이군과 같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불만을 표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므로 이군 사건을 단순한 정신질환 학생의 돌출행동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청소년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학교와, 중도탈락 학생들에 대한 무관심과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사회 모두에 책임이 있다. 학교와 사회의 더 적극적이고 섬세한 대책이 절실하다.

학교안전 대책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2010년 초등학생을 학교에서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 이후 외견상 학교안전망이 강화된 듯 보이나 여전히 불안하다. 이번에도 이군은 부탄가스통과 휘발유, 라이터, 대형 폭죽 등을 소지한 채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교실까지 들어갔다. 시행 5년째인 학교보안관이 있지만 외부 침입자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학교보안관 제도는 평균 연령 63세로 고령화된데다 열악한 보수로 전문성과 책임감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거의 모든 초중고교에서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외부인들의 출입을 감시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할 때는 무용지물이다. 교육당국은 사건이 터지면 요란하게 대책을 내놓지만 정작 내실은 빈약한 실상이 반복되고 있다. 새로운 대책을 내놓기 보다는 현재의 안전시스템의 느슨한 구멍부터 메우는 일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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