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0주년 맞은 코파 아메리카
사상 첫 북미대회 개최 효과 ‘톡톡’
지난 27일(한국시간) 칠레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6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의 또 다른 승자는 개최국 미국이었다. 대회 창설 100주년을 맞아 사상 최초로 남미 대륙 밖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같은 기간 프랑스에서 열린 유로 2016과 묘한 흥행 대결 구도로 더 주목 받았다. 아직 유로 2016 대회의 토너먼트가 진행 중이지만 코파 아메리카는 경기당 평균관중 46,119명을 기록, ‘흥행 대박’이란 성적표를 먼저 받아 들었다. 코파 아메리카의 흥행 비결 세가지를 짚어봤다.
① 엔터테인먼트를 만난 스포츠
“페루, 왓츠 업(What's up)!”“콜롬비아, 메이크 섬 노이즈(Make some noise)~”
지난 18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 주 이스트 러더퍼드에 위치한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페루와 콜롬비아의 ‘2016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8강전이 열린 이곳에선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경기장 중앙에 자리 잡은 디제이가 미리 입장한 관중들의 흥을 돋우고 있었다. 페루와 콜롬비아 팬들의 반응을 이끌자, 두 나라 팬들은 힙합 배틀을 펼치듯 번갈아가며 자기 나라를 응원했다.
킥오프에 임박하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축구팬들의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틀에 박힌 선수 소개 대신 디제잉의 연장선상에서 선수 소개가 이뤄졌고, 때마다 양 팀 응원단은 경기장을 함성으로 가득 메웠다. 이날 경기는 두 팀이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콜롬비아가 이겼지만 경기 내내 흥이 흘러 넘쳤다. 경기장 전광판 운영에도 변화를 줬다. 교체나 경고 상황 등을 움직이는 그래픽으로 내보내 가독성을 높였다. 축구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더하니 페루나 콜롬비아 응원단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지루할 새 없는 경기가 됐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한국인 유학생 문재근(23)씨는 “미국에서 열린 대회지만 잠시 남미 대륙으로 여행 온 느낌이었다”며 “경기 운영 면에서 축구 경기 이상의 재미를 위한 섬세한 노력이 돋보인 대회”라고 짚었다.
② ‘하나 된 아메리카’ 실험의 대성공
이번 대회는 ‘남미의 월드컵’ 코파 아메리카가 1916년 시작된 후 100년 만에 처음으로 남미 대륙 밖에서 개최된 대회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본선 대회 참가국 수를 기존 12개국에서 16개국으로 과감히 늘려 사실상의 남미-북미 통합 대회로 만들었다. 이 선택은 비슷한 시기 프랑스에서 열린 ‘유럽의 월드컵’ 유로 2016에 흥행 판정승을 거둔 결정적 한 수였다. 유로도 기존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참가국을 늘렸지만, 조별리그서부터 약체팀의 극단적인 수비 전술로 성적을 내는 경기가 많아 재미가 떨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반면, 코파 아메리카는 남미 10개국에 북중미 6개국을 초청하는 형태로 규모를 늘려 다양한 축구 스타일이 돋보였다는 찬사가 많았다.
내용이 훌륭했던 만큼 흥행 성적도 대박을 쳤다. ‘남미 대륙의 에이스’ 네이마르(FC바르셀로나)의 대회 불참, 브라질의 조별예선 탈락 등 크고 작은 악재가 있었음에도 27일 열린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결승전까지 경기당 평균 46,199명의 관중이 몰렸다. 지난해 열린 칠레 대회의 평균관중 25,233명에 비해 80%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날 경기장에서 만난 한 콜롬비아 관중은 “코파 아메리카를 보기 위해 가게 문을 닫고 온 가족이 미국 여행을 왔다”면서 “나처럼 멀리서 온 사람들 말고도 미국에 있는 남미 출신 이주 노동자들 대부분이 자국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 미국 내에서 높아진 축구의 존재감
코파 아메리카의 흥행 속에 미국 대표팀도 대회 4위로 선전하면서 ‘스포츠 왕국’미국 내 축구의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미식축구(NFL)·야구(MLB)·아이스하키(NHL)·농구(NBA)가 4대 프로스포츠로 자리잡은 미국에서 축구의 흥행 가능성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는 대회였다.
1994년 미국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생긴 메이저리그사커(MLS)는 더디지만 꾸준히 성장해 어느덧 2012년 경기당 평균 18,807명을 기록, NFL(64,698명)과 MLB(30,895명)에 이어 세 번째 규모의 프로스포츠가 됐다. 실내 스포츠라 입장 관중 수를 더 늘리기 힘든 NHL, NBA와 단순 비교는 무리지만 스포츠도 철저히 상업 논리로 접근하는 미국에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입증한 수치다.
2006년 LA 갤럭시가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을 영입한 뒤로 2010년 뉴욕 레드불스가 티에리 앙리(프랑스)를, 2014년부터는 뉴욕 시티 FC가 프랭크 램파드(잉글랜드), 다비드 비야(스페인), 안드레아 피를로(이탈리아) 등 전성기 지난 축구스타를 영입해 적극적인 스타 마케팅을 펼치는 등 꾸준한 노력을 펼친 점도 주효했다. 대신 경기장 건설 등 구단의 재정 악화를 부르는 무리한 투자는 삼갔다. 뉴욕 시티 FC는 홈경기 때마다 MLB 뉴욕 양키스의 홈 구장인 양키스타디움을 활용해 경기를 치르는 등 ‘발상의 전환’으로 운영 비용을 절감했다. 조별리그, 8강전에 이어 27일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이 열린 82,566석 규모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도 원래는 NFL 뉴욕 제츠와 뉴욕 자이언츠의 홈 경기가 열리는 풋볼 경기장이다.
이처럼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저비용 고효율의 대회를 치른 미국은 이미 공언해놓은 2026년 월드컵 유치전에서도 눈도장을 찍었다. AP통신은 “이번 대회 성공적인 개최는 2026년 월드컵 유치를 희망하는 미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스트 러더퍼드(뉴저지)=김형준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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