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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당 통합의 역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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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당 통합의 역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입력
2018.02.05 14:4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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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 정당들의 통합은 주로 수권정당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근저에 깔려있었다. 민주화 직후 범야권 통합에 실패한 평화민주당은 1991년 광역의회선거를 앞두고 호남정당의 이미지를 벗고 ‘정권을 담당할 만한 세력을 키우기 위해’ 신민주연합당과 통합하였다. 이들은 얼마 후 다시 1992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분열된 야당으로는 거대한 민주자유당에 맞설만한 역량이 되지 않기’ 때문에’ 통합민주당을 창당하였다. 이외에도 통일국민당과 박찬종씨의 신정치개혁당이 통합한 신민당 역시 ‘수권능력을 갖춘 강력한 야당의 필요성’을 통합의 배경으로 삼았다 상이한 정치적 선호를 지녔던 정당들이 권력창출이라는 목적아래 통합을 진행하였다.

정당의 목적 가운데 하나가 권력획득에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당들이 통합의 목적을 권력창출에 두었던 것을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과거를 돌아보는 지금 우리에게 아쉬운 점은 이들의 선언이 상당 부분 허울 좋은 정치적 선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권력창출을 위해 요구되는 조직적 역량 및 정책적 대안은 개발되지 못했고 통합 전후의 정치적 행태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우선 상당수의 통합정당이 정권을 창출할 수 있는 충분한 조직을 갖추지 못했다. 신민주연합당은 1991년 광역의회 선거에서 전체 선거구의 67%에서만 후보자를 공천할 수 있었다. 특히 영남지역은 33%의 선거구에서만 후보자를 공천하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통합민주당과 신민당 역시 유사하였다. 정권창출이라는 목표에도 불구하고 특정 지역에서 후보를 공천하지 못할 정도의 미약한 조직적 역량은 개선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통합정당들은 상시적 당내 갈등으로 단합된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 선거 직전 신속하게 진행된 통합은 후보자 공천 문제를 두고 당내 지도부의 분열을 낳았다. 통합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통합과정의 심각한 걸림돌이었다. 공천 문제를 해결한 경우라도 선거결과에 대한 책임공방이 따랐다. 특히 선거에 실패한 경우 통합된 정당이 재분열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권력창출을 위해 필수적인 당내 응집력은 통합정당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통합정당들은 기성 정치의 대안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기성 정치의 틀 내에서 살아남고자 하였다. 영호남 또는 여야의 대립에 매몰된 구태정치를 타파하고, 사회 전체적인 개혁을 추구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실현되지 않았다. 지역에 근거한 동원의 정치가 반복되고, 선거승리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새로운 정치적 대안이 되겠다는 다짐은 희망사항으로 남고, 기성정치 내 이전투구에서 승리하겠다는 단기적 계산에 온 역량을 집중하였다.

최근 한국 정당사에서 또 한 번의 주목할 만한 정당통합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 동안 한국 정치를 지배해왔던 지역 갈등을 넘어서고, 이념 갈등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정치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시도로 보인다. ‘통합과 개혁의 정치, 젊은 정치, 늘 대안을 제시하는 문제해결의 정치를 해낼 것’이라는 통합선언은 지난 시절 통합논의와 비교할 때 기성정치질서의 틀 밖에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세력으로 성장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들의 통합논의가 지난 시절의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통합에 대한 논의가 선거직전에 시급히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통합과정에서 각 당이 겪고 있는 내적 분열 및 통합하는 정당 간 당 대표 및 주요 당직자 배분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 등 과거 실패한 통합과정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력하고 건전한 수권정당’을 희망하는 이들의 선언이 정치적 선전이 아닌 단합된 선호에 근거한 탄탄한 정치적 대안을 제시하는 길에 들어설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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