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일부 연행…60대 부상자 위독
14일 서울 도심에서는 정부의 노동개혁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에 반대하는 노동자와 농민, 청년 등 13만명(주최측 추산ㆍ경찰 추산 6만 8,000명)이 참석한 민중총궐기대회가 열렸다. 2008년 광우병사태 이후 최대 인파가 집결한 가운데 일부 시위대가 청와대 방면으로 진출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충돌 와중에 60대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뇌출혈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져 과잉대응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등 53개 노동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이날 서울광장과 대학로, 서울역 광장에서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박근혜정부 규탄 투쟁대회를 열었다. 오후 1시부터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와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등 5000여명이 '역사쿠데타 중단' '민주주의 수호하자' 등의 플랜카드와 노란 풍선을 들고 국정교과서 저지와 세월호 진상규명을 외쳤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농민 3만명도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 앞에 모여 농민대회를 열고 정부의 농업 정책에 항의했고, 청년 2,000여명도 오후 2시 마로니에 공원 인근에서 ‘헬조선 뒤집는 청년총궐기’ 선포식을 열었다.
비슷한 시간 광화문 일대에서는 보수단체들의 맞불 집회도 열렸다. 대한민국재향경우회와 어버이연합 등 168개 보수단체 회원 약 1,500명은 이날 종로의 동화면세점 앞에 모여 '올바른 역사교과서 지지 제3차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본 행사를 마친 시민들이 오후 4시부터 청와대로 행진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들면서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의 물리적 충돌이 시작됐다. 본격적인 행진 시작 전 먼저 도착한 시위대와 차벽을 앞세운 경찰간 충돌이 광화문 광장 주변에서 이어졌다. 경찰은 시위대 집결 전에 동화면세점과 청계천 광장을 가로지르는 세종대로 상에 1차 차벽을 설치했고, 광화문 사거리에 2차 차벽을 설치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경찰 버스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콩기름을 차량 곳곳에 발랐고, 실리콘을 차량 바퀴에 채워 넣었다. 그러자 시위대는 미리 준비한 밧줄을 경찰 버스 바퀴에 묶고 차량을 이동시키기 시작했고, 일부 경찰 버스가 시위대쪽으로 끌려 갔다. 시위대 수가 늘어나자 경찰은 살수차를 동원 물과 캡사이신을 뿌리며 접근을 막아 섰다. 일부 벌어진 차벽 틈으로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시위대와 경찰간 몸싸움까지 벌어지면서 경찰관을 비롯해 집회 참가자 등 부상자가 20여명 이상 발생했다. 또 농민대회 참가자 중 행진을 하던 시위대 일부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쌀값 폭락 등에 항의하는 의미로 상여를 끌고 경찰 차벽에 접근했다가 물대포로 저지당하기도 했다. 오후 7시쯤에는 종로구 서린동 쪽에 있던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백모(68)씨가 경찰과 대치 중 쓰러져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주변 참가자들에 따르면 백씨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9시 30분쯤에는 일부 참가자들이 횃불을 들고 진출을 시도하다 소화기를 뿌리는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0시까지 경찰관 폭행 등 과격 행위를 한 시위자 50명을 검거해 시내 경찰서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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