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요건부터 해운조합 겨냥
선박공단으로 인력 그대로 옮겨와
일반지원자 합격률은 31% 불과
세월호 비리 등에 연루된 운항관리자들이 운항관리 업무를 계속하도록 준(準) 공무원으로 특별채용이 돼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응시자 중 한국해운조합(해운조합) 출신의 경우 합격률이 100%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리 연루자 33명을 포함해 해운조합 출신 응시자들은 전원 채용이 된 것이다. 반면 일반 지원자의 합격률은 31%에 불과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대개조’ 차원에서 이들의 소속기관을 해운조합에서 선박안전기술공단(공단)으로 이관하는 강경 조치가 취해졌지만, 결국 채용과정이 기존 운항관리자들의 자리보전을 위한 방편으로 활용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7일 해양수산부와 공단 등에 따르면 최근 완료된 공단의 운항관리자 ‘특별채용’ 전형 합격자 총 75명 중 해운조합 출신이 69명으로 일반인 합격자(6명)의 10배가 넘었다. 특히 해운조합 직원은 69명이 원서를 내 지원자 전원이 합격한 반면, 일반인 지원자(19명)의 경우 합격률이 31.6%에 그쳤다.
이런 극심한 쏠림 현상은 애당초 공단의 응시자격 요건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단은 해기사면허 3급(통신ㆍ기관ㆍ운항 3급 중 한가지 자격 갖춘 사람) 및 승선경력 3년을 기본 조건으로 하고 ▦해양수산 행정기관의 8급 국가공무원으로 1년 이상 재직자 ▦관련기관ㆍ단체에서 동등직급 이상 재직한 자 ▦동등 자격자로 이사장이 인정한 자 등 3가지 기준 중 하나를 충족하도록 했다. 한 현직 해기사는 “기존 국가공무원의 경우 준 공무원인 운항관리자 채용에 지원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사실상 해운조합 소속인 현직 운항관리자에게 편향된 자격 요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시기에 마감해 총 9명을 선발한 ‘경력경쟁채용’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경력경쟁채용은 해기사면허 3급 및 승선경력 3년과 운항관리자 경력(계약직 포함) 1년 이상인 자로 지원요건을 규정하고 있는데, 운항관리자 경력이 필수인 만큼 사실상 해운조합 출신만 선발하겠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 급하게 운항관리자를 충원하면서 계약직으로 뽑은 이들의 고용을 승계하기 위해 별도로 실시한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특별전형과 다를 바 없는 채용을 굳이 별도로 실시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는 상대적으로 문호가 넓게 열려있는 ‘공개경쟁채용’ 전형의 합격자 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단은 올해 특별ㆍ경력경쟁ㆍ공개경쟁 등 3번의 채용을 통해 총 106명의 운항관리자를 선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앞선 두 번의 전형으로 84명을 채용한 만큼 이달 말 마무리 할 공개경쟁채용을 통해 채용할 수 있는 인원은 22명에 불과하다. 한 해기사 업계 관계자는 “공개경쟁채용 역시 해기사 면허 3급 및 승선경력 3년만 있으면 지원이 가능하지만 공단 측이 자의적인 잣대를 들이 밀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며 “채용 시스템 전반을 수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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