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경북도 투자유치] <상>
경쟁 대기업에는 한 푼도 지원 없어
경북도 “비밀”이라며 자료공개 거부
경북도가 투자유치의 원칙과 기준도 없이 특정 대기업을 지원한데다 금융기관의 ‘꺽기’ 처럼 절반을 돌려받아 치적용 사업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혈세로 마련한 투자유치지원금을 특정 기업과 지자체에만 주고 몰래 돌려받은 후 수 년간 감춰온 것이다. 더구나 도는 맞춤형 조례까지 만들 정도로 특정 기업 지원에 적극성을 보였다. 경북도 투자유치의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경북도와 구미시가 100억원대의 투자유치지원금을 특정 대기업에만 몰아준 뒤 절반 가량을 돌려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다. 이 기업이 생산라인교체와 기존 공장 모델변경 등 설비를 바꿀 때마다 보조금 성격의 자금을 10년 이상 지원해 온 반면 더 많은 투자와 설비, 생산라인을 변경한 상대 대기업에 대해서는 전혀 혜택을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유착 의혹을 사고 있다.
29일 경북도와 구미시, L그룹에 따르면 도와 시는 2005년 ‘경북도 기업 및 투자유치 촉진 조례’를 제정한 후 3년이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6년간 L그룹 계열 D사에 99억8,950만원을 지원했고 같은 기간 동일 계열의J, E사에도 각각 4억, 16억원을 지원했다.
당시 같은 공단 내 S사는 세계 시장을 석권한 제품의 모델 변경 등을 위한 생산라인을 10여차례 바꾸고 증설했지만 지원금은 없었다.
경북도는 최근까지도D사 등에 수십억원을 추가로 지원했으나 ‘비밀’이라며 자료공개를 거부했다.
지원금은 도와 L그룹 계열사가 집중 포진한 구미시가 4대6의 비율로 부담했다. 도는 투자유치지원금 지원에 관한 근거를 ‘투자유치’와 ‘일자리 창출’에 뒀다. D사의 경우 1만6,000명을 고용하고 있고 100억여원의 지원금이 나가는 동안 4조9,000억원의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특히 저고용 산업구조와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지역 일자리 만들기, 지역산업 구조고도화 등에 앞장선 공을 높이 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도의 주장과는 달리 D사에 대한 지원금 곳곳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우선 투자유치로 볼 투자와 사업이 없었다는 게 문제다. 세계 최대의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D사는 기존의 부지와 공장 건물에 규격이 다른 제품을 생산하거나 패널 관련 상위등급 부품을 만드는 것이 전부여서 신규투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상공인들의 해석이다.
여기다 D사는 고용을 늘이기는커녕 큰 폭으로 직원 수를 줄여 지역민들의 우려를 사고 있는 형편이다. D사는 10여년전부터 경기 파주시에 주력 모델 공장을 세운 뒤 구미공장 종업원 수천여명을 빼갔기 때문이다. D사 협력사 대표 P(59)씨는 “제품 모델 변경을 위해 내부 생산라인을 바꾼 것을 신규투자로 보고 특정 대기업에 보조금을 준 것은 혈세 낭비”라고 꼬집었다.
L그룹 측도 불만은 있다. 100억원이 넘는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도와 구미시의 요구에 따라 각각 20억,40억원 등 60억원을 돌려줬다는 것. 경북도는 이 자금을 ‘호찌민-경주 세계문화엑스포2017’ 행사에 보탰고, 구미시는 자발적인 헌금 방식으로 40억원을 받은 뒤 구미출신 대학생들의 기숙사인 서울학숙 리모델링 비용으로 썼다는 것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L그룹 D사는 고용절벽 시대에 선도적인 고용을 하고, 대규모 신규투자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바가 커 규정에 따라 지원했다”며 “S사는 단 한번도 보조금 요청을 하지 않아 지원실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용태기자 kr88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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