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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 값 벌어야죠"… 다시 노동 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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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 값 벌어야죠"… 다시 노동 현장으로

입력
2015.05.0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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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관공 일 다시 하려 학원서 실습

"국민 마음 얻지 못한 점 깊이 반성… 밤엔 주민 만나며 다음 총선 준비"

학원에서 배관설비 실습을 마치고 돌아온 이상규 전 의원이 7일 서울 관악구 서원동 사무실에서 배관 작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학원에서 배관설비 실습을 마치고 돌아온 이상규 전 의원이 7일 서울 관악구 서원동 사무실에서 배관 작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아이들 기저귀값과 유치원비를 벌어야죠. 낮엔 일하고 밤엔 지역주민을 만나 정치활동은 계속할 생각입니다.”

이상규(50)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찾아간 7일 늦은 오후. 서울 관악구 서원동 사무실에서 마주한 그는 옛 구로공단에 있는 배관설비 학원 실습을 마치고 막 돌아온 길이었다. 통진당 해산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고 지난 재보선에서 재기를 엿보다 중도 사퇴한 그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 직업이었던 배관공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기술을 배우고 있다.

공사현장으로 돌아가는 이유가 늦둥이 3살, 7살 아이들 키우기 위한 것이라며 웃는 그에게 노동현장은 대학 시절 이후 늘 삶의 터전이었다. 서울대 법대 새내기던 1983년 봉제공장 ‘공활’로 그는 노동현장을 처음 경험했다. 대학 졸업 후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에 자리잡은 뒤에도 생계를 위해 공장과 건설현장을 수시로 찾았다. 학원강사를 하며 월 500만원을 번 적도 있었지만 그런 생활이 왠지 불편했다.

그의 전공기술은 배관 설비다. “공사현장은 공장보다 위험하지만 보수가 높고 그 중에서도 실내에서 주로 하는 배관은 육체노동보다 일당도 많고 날씨 영향을 받지 않아 일도 항상 많은 편”이어서 “하루 10만원, 한달 250만~280만원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틀 전부터 나가기 시작한 노동부 지원 실습학원에서 무뎌진 기술을 되살리며 몸도 만들고 일 할 작업장도 알아보는 중이라고 한다.

그가 배관을 했던 건물 중에는 여의도 랜드마크 IFC몰도 들어있다. 의원 당선 전해인 2011년 IFC몰 건설 당시 꼭대기층에서 용접 작업을 하던 중 손가락을 파이프에 찧었다. 에어스프레이로 응급처치를 하고 작업을 계속했는데 사흘이 지나서야 손가락 두 개의 끝마디가 으스러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산재처리는커녕 "제 발로 나가지 않으면 동료들까지 내보내겠다"는 해고 압박에 시달렸고, 지금도 그 손가락은 골무 씌운듯 감각이 둔하다.

그러나 이런 건설현장 경험이 국회에서 힘이 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송파구 싱크홀 사태 책임이 불거졌는데, 현장에서 폐건설자재와 충전재를 발견하고 지하도로 공사와 9호선 지하철 공사 모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알아챘다”고 한다. 화학재난사고 수습을 위한 특수사고대응단 창설에 애썼고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에 열성을 냈다.

하지만 그는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으로 2년 반 만에 국회의원직을 내놓아야 했다. 그는 “헌재 결정 전 만났던 보수 성향의 법학자와 선관위 관계자마저 ‘당은 해산될 수 있어도 의원직 박탈은 불가능하다’고 얘기했다”는 말로 당시의 당황했던 마음을 대신했다. “평소 당의 회계처리를 칭찬했던 선관위가 해산 후 회계장부, 의원실을 모조리 뒤져도 불법을 발견하지 못하자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해산 결정 이후 통진당과 관계자에 대한 먼지털기식 수사에도 불만을 표시했다.

노동현장으로 돌아가는 통진당 이상규 전 의원.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노동현장으로 돌아가는 통진당 이상규 전 의원.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하지만 그는 통진당의 정치활동 재개와 관련해서는 “통진당은 사라졌고 당을 만들고 활동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박근혜 정권과 통진당은 2012년 대선부터 긴장관계였고 당이 결국 힘에서 졌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함께 호흡하지 못한 점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며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땀 흘리고 풀뿌리 단체들과도 관계를 맺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야권 텃밭이던 옛 자신의 지역구(관악 을)에서 최근 26년 만에 처음 여권 후보가 당선된 데 대해 “여권이 잘했다기보다 야권 탓”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성완종 리스트 의혹, 청와대 문건 파문, 서민증세 같은 여당의 잇단 실정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이 보여준 형편없는 정치력에 유권자가 등을 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공무원연금개혁안 국회통과 무산에 대해서도 “여당이 말을 바꿔 촉발된 사태인데, 지난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 때 새정치연합이 결정을 세 번 뒤집었을 때 여당이 보여준 반격의 10분의 1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전태일 열사를 꼽은 그는 “열심히 일해도 여전히 가난하고, 정직하고 근면한 사람이 서러운 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정치”라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지역주민을 접촉하며 다음 총선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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