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ㆍ수도권 번지는 집값 하락.. 비수기에 심리적 요인까지 가세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 강남 아파트 값이 1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 주에 강동, 노원, 관악 등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이번엔 강남까지 하락 대열에 합류하면서 부동산 경기 둔화 징후가 더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비수기이기 때문인 점도 있지만,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선 건 분명하다”고 말한다.
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12월 첫째주(11월28일~12월3일)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이 전 주에 비해 0.01%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 주에 보합세를 기록하며 주춤하더니 급기야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강남구의 주간 단위 아파트값이 떨어진 것은 지난해 11월말(-0.02%) 이후 처음이다.
서울에서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지역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전 주에 하락세를 보였던 지역 중 노원과 관악은 상승 반전했지만, 강동구(-0.05%)는 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고 도봉구(-0.01%)가 새롭게 마이너스 대열에 합류했다. 신도시에서는 산본이 전 주에 비해 0.04% 하락했고, 경기ㆍ인천지역에선 광주시(-0.02%) 의왕시(-0.01)가 내림세를 보였다. 한국감정원 조사(11월23~30일)에서도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아파트 값은 1주일 전보다 0.05% 올랐지만 상승 폭은 4주 연속 줄어들며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주택시장이 겨울 비수기에 접어든 영향이 크다. 실제 11월 이후 아파트 거래는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만20건으로 10월(1만1,654건)보다 14.0% 줄었다. 3주째 집 값이 하락세인 강동 지역은 461건으로 한 달만에 10.6% 감소했다.
하지만 심리적인 요인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금리 인상, 주택대출 심사 강화, 집단대출 검사 등 부동산 시장의 악재들이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일단 부동산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고 대출 규제가 강화될 경우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진 리서치센터 팀장도 “비수기의 영향과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맞물리면서 국지적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가계부채 후속 대책 발표가 향후 매매시장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