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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개입 의혹' 풀리질 않는데… 검찰, 문건 유출만 잡고 끝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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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개입 의혹' 풀리질 않는데… 검찰, 문건 유출만 잡고 끝내나

입력
2014.12.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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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비서관 고리 조사 않고 문체부 인사개입 의혹도 어물쩍

'비선실세'로 거론된 정윤회씨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뒤 11일 오전 청사를 나와 귀가하는 차량에 오르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비선실세'로 거론된 정윤회씨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뒤 11일 오전 청사를 나와 귀가하는 차량에 오르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을 불러일으킨 ‘정윤회 문건’ 사태가 검찰의 수사 착수 한 달 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그러나 수사를 통해 밝힌 것은 문제의 본질인 ‘국정개입 의혹’의 진위가 아니라, 청와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문건 유출’ 경위에 그쳤다. 정윤회(59)씨가 정말로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을 통해 막후 실세로서 영향력을 발휘했는지에 대해선 제대로 밝혀진 게 없는 셈이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이 사건과 관련한 주요 사법처리 대상자는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박관천(48ㆍ구속) 경정, 두 명뿐이다.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돼 30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는 조 전 비서관은 정윤회 문건을 비롯, 청와대의 공식 문서 17건을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56) EG 회장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경정은 청와대 재직시절 자신이 작성했던 보고서(정윤회 문건 포함) 10여건을 무단 반출해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에 은닉하고, 자신이 유출자라는 의심을 피하고자 허위의 유출경위서를 만들어 타인들을 무고한 혐의로 지난 19일 구속됐다.

박 경정의 짐에서 청와대 문서들을 몰래 빼낸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관들도 형사처벌 대상이긴 하지만 이들은 ‘곁가지’에 가깝다. 게다가 언론사에 문건을 넘긴 당사자로 지목된 최모(45) 경위는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회유가 있었다”는 유서를 남기고 돌연 자살했다. 공범 한모(44) 경위도 입을 굳게 다문 채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있다. 어쨌든 이들을 포함해도 검찰 수사가 ‘문건 유출’ 쪽에 방점이 찍혀 있었던 것만큼은 명백하다.

이 같은 수사 방향이 형성된 이유는 검찰이 수사 초반 정윤회 문건에 기재된 ‘십상시 회동’을 사실무근으로 봤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씨가 실제로 청와대 비서진 10명을 정기적으로 만났는지 여부가 문건 진위 판단에 핵심 변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모임 자체가 있었다는 흔적이 드러나지 않았고, 따라서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도 허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정씨가 청와대 비서관 3인방 중 누군가를 따로 만나거나 연락했는지 여부는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실제로 올해 3월 말 시사저널이 정씨 측에 의한 ‘박지만 미행설’을 보도하자 정씨는 이재만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조응천 비서관과 연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들 간 교류가 종종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이다. 그러나 검찰은 오로지 ‘십상시 회동’의 존재에만 초점을 맞췄고, 국정개입 의혹 수사는 여기서 멈췄다. 정씨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의혹과 관련,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증언으로 신빙성이 뒷받침됐는데도 이 부분 조사를 하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한 검찰 간부는 “민간인인 정씨가 국정에 개입하는 게 사실이라고 한들, 법적으로 문제삼기가 마땅치 않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며 “애초에 정치적으로 풀었어야 할 사안을 검찰로 넘겨버린 청와대 측의 대응이 아쉽다”고 말했다. 법조계의 한 인사도 “검찰 수사대로라면 청와대 내에서 조 전 비서관이 정적 제거를 위해 허위 문서를 만들어 ‘거사’를 도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청와대 내에서 그런 권력 암투가 벌어지도록 방치한 청와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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