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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이후에도...제대로 입 열지 못한 문화계 성폭력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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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이후에도...제대로 입 열지 못한 문화계 성폭력 피해자들

입력
2018.06.1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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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 단장인 조영선(왼쪽에서 두 번째)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비롯한 특별조사단 인사들이 1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 단장인 조영선(왼쪽에서 두 번째)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비롯한 특별조사단 인사들이 1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예술계 성폭력 실태를 속속들이 조사하고 겁 먹은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며 3월 출범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특조단). 19일로 100일간의 활동을 마무리했지만, 성과는 그다지 시원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국가인권위회(인권위)가 함께 꾸린 특조단은 이날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활동 결과를 발표했다.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신고 상담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 175건 중 피해자가 특조단의 조사를 요구한 30건, 특조단에 접수된 6건 등 36건이 조사 대상이었다. 특조단은 이 중 5건을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조사했다.

특조단은 학생을 성추행한 모 대학 교수를 검찰에 수사의뢰하고 대학에 징계를 요구했다. 학생 5명에게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 받은 다른 대학의 교수는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21명으로 늘어나 특조단의 추가 조사를 받게 됐다. 예술계 모 대학은 2년 전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뭉개다 올 들어 징계 절차를 시작했다. 특조단은 그 책임을 물어 교육부 감사를 의뢰했다. 영화배급사 최대주주 겸 사내이사인 모씨에게는 상습 성추행한 직원에게 손해를 배상하고 특별 인권 교육을 받으라고 권고했다. 유명 PD가 신인 배우에게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휘둘렀다는 사건도 접수됐으나, 두 사람이 합의해 조사가 중단됐다.

36건 중 31건은 기초 조사로 끝났다.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과 피해자가 조사 요구를 철회한 사건, 이미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 등이다. 공소시효 만료 사건 중엔 유명 만화가, 유명 감독이 가해자인 경우가 있었다. 특조단 조사가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까발리지 못한 건 2차 피해를 두려워한 피해자들이 입을 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폭력이 앞으로도 얼마든 은폐될 수 있다는 얘기다. 프리랜서인 가해자는 수사의뢰할 정도의 중죄가 아닌 한 징계할 수 없다는 맹점도 확인됐다. 인권위 사무총장인 조영선 특조단 단장은 “아직도 피해자들이 나설 수 없는 구조라는 의미”라며 “미투 운동으로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성들이 현실적으로 느끼는 견고한 벽은 존재한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특조위가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3,718명)의 40.7%가 성희롱∙성폭력을 직접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 응답자(2,478명) 중엔 피해자가 57.7%로 늘었다. 성폭력 피해 경험은 연극, 연예, 전통예술, 만화∙웹툰, 영화, 미술 등 순으로 많았다.

특조단은 성폭력 방지 대책으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 설치, 예술가 지위와 권리 보호법 제정 등을 내놓았다. 문체부 대책의 재탕으로, 도제식 교육 방식을 비롯해 문화예술계에 성폭력이 만연한 근본 원인을 건드리진 못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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