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겨울 한파가 몰아치며 한강이 얼고 녹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얼음들이 깨지고 뭉쳐 강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데, 이것을 유빙(流氷)이라고 부른다. 이 얼음덩이들이 하류로 흘러 들면서 인천 강화도는 유빙이 갯벌을 가득 메우는 희귀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해 뜰 무렵에 보면 그 풍경이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차디찬 북극을 연상케 한다. 옛 기록을 보면 강화도는 겨울철이 되면 한강, 임진강, 예성강에서 흘러온 유빙으로 뱃길이 끊겨 육지와의 왕래가 자주 단절되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이 섬은 고려시대부터 난공불락의 요새라는 뜻의 금성탕지(金城湯池)로 불리었으며 외세의 침략을 극복하는데 큰 몫을 했다. 오늘도 유빙은 한강을 따라 흐르며 강화도와 인천으로 향하고 있다. 유빙이 떠내려 오면 어민들은 숭어잡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고 먼 바다로 흘러가면 김, 다시마 양식장에도 큰 피해를 남긴다. 때로는 고마움의 대상이었다가 때로는 골칫덩이 취급을 받는 유빙. 이 애증의 산물을 보러 한강으로 나서보자. 지금이 아니면 다시 내년을 기다려야 하니까.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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