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성형술 등 비급여 비수술
치료 효과 검증 안 된 고가 시술
일부 의사들 우선 권해 과잉진료
검증된 경막외주사·관절주사 등
제도권 주사치료 비용 대비 효과 커
먼저 해 보고 안 나을 땐 시술로
척추ㆍ관절 분야에서 과잉치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허리 디스크 등 심하지 않은 척추 질환에는 경막외주사 등 전통적 주사치료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척추ㆍ관절 분야에서는 신경성형술, 고주파열치료술, 풍선척추확장술 등 비교적 최근에 선보인 이른바 비급여 비수술 치료법들이 과잉치료의 흔한 통로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개원가를 중심으로 일부 의사들은 허리나 다리 통증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들에게 경막외주사, 관절주사, 신경차단술 등 기존의 검증된 치료법은 놔둔 채 고가의 비급여 비수술 요법을 우선 권해 여론 질타를 받고 있다.
신경성형술 등 비급여 시술은 대부분 카테터(가느다란 관)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치료비가 전통적 주사치료보다 15~30배 비싸다.
대학병원 교수들은 대부분 신경성형술, 고주파열치료술, 풍선척추확장술이 과잉치료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김기택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적절한 치료법이 있음에도 이를 건너 뛰고 고가의 비급여 항목을 권하는 것은 과잉진료”라고 했다. 박승원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일부 개원가 병원에서 치료받았던) 환자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 보면 처음부터 고가의 치료의 권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조규정 인하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일차적인 치료법을 시행하지 않고 허리 디스크가 문제 있다고 바로 신경성형술과 고주파디스크열치료술 등 시술을 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과잉진료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과잉진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개원가에서도 일부 나오고 있다. 장상범 분당척병원 원장은 “협착증을 포함한 만성 척추 디스크 질환에서 비수술 치료법은 급성 디스크에 비해 치료 효과가 적으므로 정확한 적응증을 갖고 선별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며 “단순 디스크는 경막외주사로 충분하다”고 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심하지 않은 허리, 다리 통증 증상에서 경막외주사, 후방관절주사, 신경차단술은 값싸면서도 비용대비 효과가 가장 뛰어난 치료법이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치료 시 자신의 증상이 이들 전통적 주사치료만으로 고칠 수 있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막외주사와 신경차단술은 척수 신경을 싸고 있는 경막이나 신경 주변에 항염제인 스테로이드와 리도카인 등 국소마취제를 주입해 통증을 완화하는 방법이다. 관절주사는 주로 허리 뒤쪽의 후관절에 생겨난 염증 치료가 목적이다.
이른바 이들 제도권 주사치료는 허리 및 다리 통증을 유발하는 증상들에서 쓰임새가 폭넓다. 경막외주사는 급성기 디스크 증상 등 요통과 방사통을 유발할 수 있는 모든 척추 질환에서 적용 가능하다. 젊은 층에서 발생이 잦은 디스크, 노년층에서 많은 협착증 뿐 아니라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급성 요추부 염좌, 요추부 골절 등도 적응증이다.
조 교수는 “심각하지 않은 척추 질환은 기존에 시행하던 검증된 치료 방법으로 대부분 치료된다”며 “허리 디스크가 심하지 않고 통증이 1~2주 밖에 안 됐다면 약물치료, 물리치료와 경막외주사를 일차적으로 시행해 봐야 한다”고 했다.
경막외주사 등은 치료비가 낮을 뿐 아니라 치료 효과도 좋은 편이다. 김 교수는 “내 경험으로 보면 70~80% 효과가 있다”고 했다. 주사치료는 약물 자체의 효과도 있지만 통증 완화를 통해 인체의 자연치유 능력을 복원시켜 주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박 교수는 “통증이 있으면 주변 근육이나 관절이 잘 안 움직인다, 그러면 근육이 약해지고 관절 유연성이 떨어지는데, 그 자체 만으로도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통증을 없애면 몸을 움직일 수 있고, 몸을 움직이면 근육이 강화되고 관절도 유연해지는데, 그러면 통증이 해결된다”고 했다.
전통적 주사치료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라 비용이 10만~20만 원 선이다. 신경성형술 등 비급여 시술은 200만~300만 원에 이른다.
신경성형술, 고주파열치료술, 풍선척추확장술 등 시술은 최근에 개발된 것들로, 치료 효과가 아직까지 검증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들 시술은 기존의 보존적 치료(경막외 주사,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로 증상 호전이 뚜렷하지 않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선택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김 교수는 비급여 시술의 적응증에 대해 “교과서적인 치료법은 안정을 취하고, 쉬어 보고, 약물도 먹어보고, 그 다음에는 제도권에 있는 주사치료 등 해보는 것이 먼저”라며 “이런 저런 치료 다 해봤는데도 통증이 해결이 안 됐을 때 굉장히 선택적으로 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신경성형술의 적응증으로 ▦여러 분절에 디스크가 있는 경우 ▦이전에 척추 수술을 받아 경막과 주변 조직들의 유착이 있는 경우 ▦경막외주사를 사용했는 데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등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고주파열치료술에 대해서는 “치료 효과에 대해 연구자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보존적 치료로도 통증이 좋아지지 않는 만성 요통 환자에 제한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척추관 협착증을 적응증으로 가장 최근에 개발된 풍선척추확장술은 치료 효과가 의문시 된다는 의견이 많다. 조 교수는 “척추관 협착증은 뼈와 인대가 두꺼워지면서 좁아진 것인데, 가느다란 관을 집어 넣고 풍선을 부풀린다고 해서 협착증이 얼마나 넓혀질 것이며, 설사 조금 넓혀진다고 하더라도 효과가 얼마나 갈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장 원장은 “현재 일부 협착증에 대해 시험적으로 시행하는 단계인데, 학회에서 정식으로 인정하는 시술도 아니고 확실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절대 반대”라고 했다.
실손보험 가입으로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환자들이 더 쉽게 과잉진료에 빠져 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학병원 의사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일부 병원의 행태에 대해 “서바이벌 게임에서 누가 먼저 총을 쏘느냐다”라고 비유했다.
대학병원의 교수들은 낮은 보험 수가와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마구잡이식 급여 삭감을 과잉진료를 부르는 구조적인 원인으로 지목한다. 한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원가의 70%에 불과한 수가를 들이 밀면서 척추병원에서 수술하면 이유 불문하고 족족 삭감한다. 이 때문에 의사들이 소신 진료를 못하고 있다”고 했다.
임의비여급 제도에 대한 질타도 쏟아진다. 임의비급여란 새롭게 선보인 의료기술이나 약제에 대해 일정기간 동안 병원이 가격을 임의로 매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복지부, 심평원 등은 신기술이 나오면 일단 접수 받아 놓고 ‘당신 맘대로 받으세요’하고 그냥 놔둔다. 콘트롤타워가 없다”고 한탄했다.
송강섭기자 eric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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