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설립 비용은 한국 정부가”
할머니들 찬반 갈려 파장 예고
외교부가 지난해 한일 간 위안부 합의에 따라 우리 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에 일본 정부가 출연키로 한 10억엔 전액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위로금, 의료비 등의 형태로 개별 지급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발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위로금 형태의 보상금을 거부할 가능성이 커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4일 “일본이 내는 10억엔 전액이 할머니들을 위해 쓰일 것”이라며 “간병인 비용, 의료비, 위로금 등의 형태로 할머니들에게 공평하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추진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가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이 출연하는 10억엔의 용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 당국자는 이 같은 보상 배경과 관련, “(이번 합의에 긍정적인 할머니들이) ‘불필요한 사업을 하지 말고 개별 피해자들이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얘기했다”면서 “상당수 분들이 어렵고, 보호자들도 어려운 형편이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나눔의 집 등 시설 밖에서 개별적으로 거주하는 국내외 위안부 할머니 20명의 의견을 청취해 16명으로부터 위안부 합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념관 건립 등의 추모 사업에 대해서는 “할머니 개개인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지 않느냐”며 “(추모사업은) 나중에 검토할 수 있는데 다른 범주”라고 말해, 별도의 정부 예산이 투입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재단 설립 비용은 우리가 해야 할 것”이라며 “재단 설립 과정에서 구체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위로금 등 개별 지급 방침은 그러나 피해자 할머니 내부의 의견 대립을 부르면서 상당한 파장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을 설립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개별적인 위로금 지급을 시도했을 때도 피해자 할머니들 내에서 상당한 분열이 생겼다. 당시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을 중심으로 한 피해자 할머니들은 일본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위로금은 받을 수 없다고 거부했다. 정대협은 이날 당장 “갈등을 부추겨가며 정부의 의도를 관철시키려는 모습은 앞서 일본 정부가 법적 배상을 거부하며 민간모금을 추진했던 아시아여성기금 지급 당시의 부도덕한 행태를 다시 보는 듯해 실망스럽다”고 반발했다.
한일 양국은 지난해 12월 28일 위안부 문제를 합의할 때 일본 정부가 재단에 출연하는 10억엔과 관련, 양국 정부가 협력해 모든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시행하기로 했으나 구체적인 용도는 공개하지 않았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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